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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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쳐 미쳐 미쳐.  진짜 나쓰메 소세키 옹 때문에 나는 한달에 한번쯤은 킥킥 넘어가 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 읽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나를 홀딱 반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도련님>으로 또한번 포복절도 하게 만든다.  어찌 이리도 앞뒤재지 않는 무모함의 도련님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정말 천둥벌거숭이 같은 도련님.  그런데, 어이할꼬.  나는 참 좋다.  좋으다.  이 도련님이 좋으다.  그리고, 그런 도련님을 만들어 내는 나쓰메 소세키 옹이 좋으다.  좋다.

 

 

어릴적 장난치기는 우리의 놀부 아저씨 저리가라고, 개구쟁이 짓이란 짓은 다 하고 자란 우리가 보기엔 귀여우나, 집안에서는 골치덩이인 도련님.  어디에도 얽매임이란 없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뚝심까지 있다.  그리고 참 바보스럽게도 타협이란 어디에서고 찾아 볼 수 없다.  장난을 치고 벌을 받더라도 비겁하게 도망가는게 없다.  그런 장난을 쳤을때는 벌을 각오해야하고, 그 벌을 받아야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웃기지만, 뭔가 뚝심마져 느껴지는 도련님이다.

 

 

그런 도련님을 집안식구 모두 외면해도 자신의 집에서 일을 봐주는 기요할멈은 너무도 사랑해 준다.  그래서 스스로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어째 기요할멈의 맘을 이해할거 같다.  그의 개구쟁이 짓에 질리겠지만, 왠지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말이다.

 

게다가 나쓰메 소세키 식의 유머에 홀딱 넘어가니, 그가 창작해낸 도련님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게다.  "앞뒤 생각없이 굴어 앞날이 걱정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역시 제대로 되진 않았다.  보시는 대로 요 모양이다."  스스로를 보는 통찰력(?)이 굉장하다.  소세키 옹의 이런 표현이 나는 어찌나 즐겁고 유쾌한지.......

 

 

역자의 말마따나 학교 선생님이 된 도련님의 이야기지만, 학교를 다니는 개구쟁이의 일기장을 훔쳐 본 기분이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송태욱 역자님의 번역 또한 멋졌다.  옛것의 맛과 소세키옹 만의 글의 느낌을 잘 살려주신다.

 

책 내용을 깊이 파고 들자면, 100여년전에 씌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으며, 학교속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파악해 지금 현시대의 상황을 접목해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겠지만, 그리 깊이 파고들기엔 솔직히 내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단지, 이 책을 읽고, 무한 즐거움을 느꼈을 뿐이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권위와 점잖음을 내세우는 너구리나 약혼녀를 가로채는 간사함의 빨간셔츠나 그에 알랑거리며 온갖 아부를 떠는 알랑쇠나 무슨변을 당해도 그저 허허러움으로 적당히 넘어가버리는 끝물호박, 욱하는 성질에 그래도 의협심은 넘치는 산미치광이에 무한한 사랑을 안기는 기요할멈등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되짚어보면 지금의 시대와 따지고봐도 별반 다름이 없는 인간군상들이다.  지금도 권위, 권력에 그저 안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간사한 사람이 있고, 아부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소세키 옹은 그런 인물들을 이 <도련님>이라는 책에서 열거하며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을 비틀고 있다.  그게 킥킥대며 읽으면서도 보인다.  그들의 행태들이...... 그리고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이.

 

 

또한번 멋진 그의 글의 진수를 맛보며, 이런 작가이기에 백년이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거라는 느낌을 갖는다.  아, 진정 소세키 옹..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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