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민음사 모던 클래식 4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힘들게 안외지던 책이다.  고나마 지금 끄적이면서 책 제목을 다시 상기하며 외우고 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깊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와 닿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그렇게 와닿는 느낌은 없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엔 제목때문에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전혀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이게 9.11 테러로 아빠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됐지만......

 

전체적으로 책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보낸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아픔과 치유의 이야기다.

세상의 전부였으며, 오스카가 색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준 아빠를 잃어버린 이야기.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를 잃어 더이상 세상의 버틸힘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또, 역시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만났지만, 그 역시도 떠나버린 여자의 이야기.

대체로 세 이야기가 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틀은 하나의 이야기로 향한다.

 

남겨진자들의 고통.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아빠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스카는 그래서 아빠의 발자취를 따라 온 뉴욕 전체를 아우르는 여행(?)을 시작한건지도 모른다.  불필요할만치 세세한 세상사는 사람들의 제각각인 이야기.  아빠와는 상관없지만 오스카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점점 사람들을 받아들이� 연습을 한다.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를 내보이는 오스카.  이런 아이를 다른책에선 만나본 적이 없다.

특이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참 깊은 아픔과 고통을 가진 아이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그런 오스카를 만난다면 난 분명 "쟨 정말 이상한 아이야.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엔 힘든 아이야." 라고 말할게 확실하다.  그만큼 세상을 바로보는 시선이 "다른" 아이일 뿐이다.  다름을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만난다면 분명 손가락질을 받을 아이.  그러나, 역시 책속에서 만나는 오스카는 꽤 매력적이다.  세상어디에도 없는 모습의 아이라 그 매력에 끌리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안타까운 아이의 모습에서 더 연민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세상속에서 사라지려 하는 남자는 안타깝다 못해 성질나게 만드는 인물이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하지 않고 껍질속으로 숨어버린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포기하고, 심지어 옆에 있는 아내마져도 자신만의 틀속에서 내치려 한다.  굳건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과거속에서 평생을 헤맨다.  도저히 깨어날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들에게 수십만통의 편지를 쓰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것만이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고,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던가?  어불성설이다.  아이만은 안된다고 하던 그가 아니던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치유의 방식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나는 그 남자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다고 해야할것 같다.  자신의 방식이 다른이에게 또다른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생각치 않은 이기적인 모습이었다.  자랐으나, 어린 오스카보다 못한 더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  자라지 못한 모습.

 

 

세상의 소통을 위한 책이지만, 나는 치유를 이야기 하는 책으로 읽어갔다.  흔히 우리나라 말처럼 "산사람은 또 살아야 한다."는 의미......  그 고통이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이라면 그 상처를 보듬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떠난사람들을 추억하며, 그 사람들의 몫까지 더 힘차게 살아야 하는 이야기.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또 우리는 그렇게들 살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실험적인 모습은 책 속에서도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참 특이한 작가다.

기본적인 상상력을 뛰어넘는 이야기와 더불어, 책을 펴냄에 있어서도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 상상력을 뛰어넘는 페이지를 넘기는게 그다지 좋치만은 않았다.  적당한 선의 특이함은 좋치만, 그 도가 넘으니, 그의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기 보다는 "과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지만, 그 특이함을 받아들이기엔 내 읽기가 부족한 탓도 크렷다.  어쩌겠누.  취향의 차이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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