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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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올해 또한번 최고의 책을 만나는 구나.  한번씩 이런 멋진책들을 만나면 설레어 잠들수 없는 밤을 만들곤 한다.  그래서, 600여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참 오랜만에 책읽는 맛을 알았고, 행복감을 맛봤다.  실로 오랜만에 밤새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쁨을 맛봤다.

 

현암사에서 이번에 야심차게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오~예! 라는 환호성을 질렀는데 역시나 흥분할만했다.  책표지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정말 책장에 모셔두면 "뽀대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표지다.

전집을 내기로 해서인지, 책 도입부부터 소세키에 대한 다양한 사진들이 선을 보였다.  이건 책을 읽는 기쁨에 보너스를 더해주는 느낌.

 

꽤 여러장의 사진이 실지 나쓰메 소세키의 상황을 그대로 얘기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첫페이지부터 신선한 느낌이었다.

 

일단 <나쓰메 소세키>는 얼마전 "문"으로 먼저 만난터라, 읽으면서 이미 그의 현실을 비트는 해학과 즐거움, 그리고 깊이를 어느정도는 느꼈더랬다.  그런데, 그때 느낀 기분은 다자이 오사무보다는 깊이가 덜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을 풍겨주는 깊이가 있다는 평을 혼자서 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갈대인가.  소세키의 이름을 처음 알린 이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접하고 나는 그의 팬이자 깊이 있는 작가, 그리고 현실을 투명하게 바라보며 직시하는 눈에 그저 반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의 언어적 유희는 첫 데뷔작인 이 책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그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이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최고의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제목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고 대놓고 주인공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아둔하게도 그 제목에서 설마?라고 생각했었던듯하다.  그래서, 실지 첫 페이지에서부터 고양이가 휘휘 갈기는 글을 읽으면서 어라? 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까지 느껴야했다.

 

태생부터가 요물스러운 고양이는 그 눈빛에서부터 이미 많은 진실의 말과 깊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눈이 또한 매서움과 흉물스러움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하므로, 책의 작중화자가 고양이가 됐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이미 세상을 꿰뚫어보는 눈이 포함돼 있음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새침한듯 모른척 지나쳐가지만, 그 눈빛으로 이미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것을 보고, 읽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소세키가 그려낸 새로운 저자 "고양이"다.

 

하릴없는 주인장의 고리타분한 모습이 그저 한심하게 보이지만, 그 나름의 안에서 세상을 엿보는 또하나의 눈이 돼 있으며, 화자인 고양이 역시 점점 주인을 닮아가는 모습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져 오는 기분이었다.

세상과 타협점이 없는 고리타분한 주인과 엉뚱함으로 무장한 그집의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이 책 속의 읽는재미를 선사한다.

그들의 대화를 읽다보면, 일본의 현시대상이 보이고, 미래가 보인다.

엄청난 해학과 말장난으로 무장한 이야기속에는 소세키만의 내밀함과 농도짙은 현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고양이의 눈을 빌어 지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비틀어치기의 오묘함이란......  어찌 이리도 언어적유희가 강하단 말인가.

그저 감탄의 감탄만 쏟아낼 뿐이다.

 

 

소세키 자신의 이야기가 오롯이 전해져 약간은 그의 수필을 읽는 느낌도 난다.  나는 주인장이 왜 그리도 소세키 본인일거라는 생각이 이리도 깊이 드는 것인가.  비단, 주인이 위가 좋치 않다는 상황뿐만이 아닌 전체적 느낌이 자신을 대변하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이 어쩌면 허무스러울수도 있으나, 소세키의 고양이다운 유치하지만 장렬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가 보이는 언어적 유희가 즐거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그야말로 명작중의 명작이었다.

왜 아직도 그가 이토록 추앙받고 이름불려지는지 느낄 수 있는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아닌가 싶다.

이제 그의 책을 한권씩 나오길 기대리는 기쁨이 점점 더 깊어지겠구나.

 

게다가, 이번의 번역 또한 꽤 맘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그 점에도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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