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를 처음 만났다.  그것도 인간의 본성을 살살 건드리는 뭔가 거슬리게 하는 소설로.  그런데, 이 책을 덮으면서 알 것 같다.  왜 이렇게 미나토 가나에가 유명한지, 그리고 왜 이렇게 그의 글에 열광하는지.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다른 이웃분들의 리뷰를 대충 훑어보긴 했는데 그다지 평이 좋치 않은듯 했다.  그래서, 기대감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몇 페이지 읽어보니, 어? 나는 너무 좋은거다.  그냥, 왠지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쑥쑥 넘어가 주는 페이지.  단숨에 읽어 갔다곤 할 수 없지만 뭔가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그다음엔 어떻게? 그리고 왜? 라는 의문이 자꾸만 생겨서 뒷날을 위해 책을 손에서 놔야 했던 이틀밤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사실 내가 책을 그렇게 빨리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나름 좀 빨리 읽힌편에 속한다고 해야하나.  역시 그의 글빨"이 어떤지 짐작케 해주는 글이다.
 
흔히 남편에게 "시어머니랑 내가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해줄꺼야?"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를 드라마에서 봐왔다.  그러면, 약간 머리쓰는 남편은 아내앞에선 "그야 물론 당신이지."라며 입에 발린 그렇치만 아내 기분을 맞춰주는 대답을 했고, 또 어머니 앞에선 어머니라고 말하는 기지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었고, 곧이 곧대로 아내 앞에서 당연히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그런 유치한(?) 질문을 듣거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그러려니 했다.  난 관심도 없었고, 그런 질문은 해봐야 본전도 안되는 거 아닌가.  현실로 일어나지 않은 이상 머리아프게 뭐 그렇게 따지고 들겠는가.  그런데, 딱 뭐랄까.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정말, 친정엄마와 딸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어떤 선택이라기 보다 사실 그때 닥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나 같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단지, 나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는 엄마 입장이 되어보니, 결국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뭔 말인지 알게 되더라는 거다.  참 우스갯 말로 (아니, 진실이지.) 엄마를 위해선 목숨 내놓겠다 이런말을 못하겠는데 우리 딸래미를 위해서는 진짜 어떻게든 하겠다는 거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고, 흔히 말하는 모성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 주인공의 엄마는 아직 덜 자란 느낌이 너무 농후하다.  그걸 굳이 친정엄마에게 의지하고 어쩌고, 엄마를 사랑하고 어쩌고를 떠나서 엄마만 있으면 다 행복하고, 다 되는 것으로 착각(?) 하는 아직 덜 자라고 어리광 버리는 여자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신이 딸이라는 인식만 강할뿐 엄마라는 인식은 하지 못하는 거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닐까?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전부 어머니가 되는건 아니예요.  모성이란 게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성질도 아니고, 모성이 없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 그렇다.  모성이 없어도 아이는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엄마라고 무조건 아이를 사랑하진 않는다.  그런 느낌이 생긴다고 꼭집어 얘기 할 순 없다.  나를 빗대어 봐도 임신 했을때 기쁘기 보다는 두려움이 컷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이게 모성인가?'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게다가 초반엔 어머님이 아이를 도맡아 키우시다보니 아이가 어머니를 "엄마, 엄마" 할때는 이 아이가 내 아이가 맞나 싶었고, 진정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는가?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와 뭔가 유대감이 생기고, 점점 서로 엉겨가면서 모성이라는 느낌이 생겨났다.  난 그랬다.  내가 그렇게 겪었다.  모성은 말이다.  무조건 엄마라고 해서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거다.  특히나, 내 주위에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가 있고 보면, 특히나 그걸 강하게 느낀다.  자신의 아이이면서도 두번씩이나 아무렇치 않게 버린 엄마.  결국 모성이 본능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 후천적, 학습에 의한...... 미나토 가나에의 그 말에 나는 찬성표를 던진다. 
단지, 이 모녀의 사이는 대화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전부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 쌍둥이마져 생각이 다른 마당에.  사랑 받고 싶어하는 딸, 자신은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딸은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엄마.  그리고, 모든것들을 전부 딸때문이라고 원인을 돌리는 엄마.
 
나는 딸도 그렇치만, 이 엄마 참 맘에 안들었다.  나도 어쩌면 막내로 태어나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랐고, 엄마에게 주저리 주저리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고민상담도 했고, 아팠을때 징징거렸지만 세상의 모든 중심이 엄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엄마는 세상이 전부 친정엄마로 돌아가고 있다.  뭐든 친정엄마.  그래, 그녀가 자신의 엄마에게 딸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엄마라는 이름보다는 그저 "엄마"라고 부르며 매달리고 싶은 딸이고 싶을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선은 지켜졌어야 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전혀 미스테리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추리도 아니다.  단지, 인간의 본성을 살살 건드리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다.  그리고 그게 진실이면서도 무척이나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또 하나의 실타래가 풀리며 이야기가 마무리 될때, 나는 "아~" 라는 탄성을 질렀다.  이래서, 미나토 가나에 구나. 라는.......  급 그의 글에 관심이 생긴다.  다음달 나는 그의 책을 찾아 읽어내리라.  아마도 전작을 꿈꾸는 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야금야금..아프면서도 본성을 건드리는 글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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