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가족 무라카미 류 셀렉션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장정일 해설 / 이상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어? 이거 정말 무라카미 류가 쓴거 맞어?'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는 무라카미 류는 "마약, 섹스, 우울, 자살"을 기반으로 하는 암울하면서도 뭔가 몽환적인 그러면서도 사람을 뭔가 잡아끄는 마력을 보여주는 작가였기에 그의 책을 찾아 헤매면서도 가끔은 그의 글을 읽고, 다운...... 다운...... 다운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어 힘들어 하는 때가 많았었다.  물론 전혀 무라카미 류 스럽지 않은 <69>같은 책은 그야말로 "대에에박~"이라고 외칠정도로 괜찮은 느낌이 있어서 좋다 좋다 하지만, 그래도 또 무라카미 류 스러운 글을 만나는 기쁨도 나쁘지 않은게 사실이다.  힘들어도 말이지.

 

그런데, 이번엔 히키코모리에 대해서란다.  예전 히키코모리가 오늘날 처럼 대중에게 각인되기 전에 <추적 60분>이라는 프로에서 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봤었는데, 그 심각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말이다.  류가 말하고자 하는게 꼭 히키코모리의 이야기였을까?  물론 시작은 히키코모리를 아들로 둔 히데요시 가족의 이야기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꼭 히키코모리인 히데키로 집안의 붕괴아닌 붕괴가 시작되었을뿐 이미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각자의 길을 가기위한 걸음을 시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숨겨진 그들의 내면은 그저 평범함을 가장하고만 있을 뿐이다.  그 가족의 한명 한명의 내면을 보면 일본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아니, 꼭 일본 사회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전체적인 사회문제가 그대로 투영된 이야기다.  그래서, 무라카미 류의 글은 읽기가 불편한 느낌이 들면서도 결국은 다시 그의 글의 깊이를 되새기게 되며 찾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치만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설은 정말 초반에도 얘기했지만 꽤 무라카미 류 스럽지는 않았다.  많은 사회문제를 헤집고 들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지만 무라카미 류의 느낌이 투영되지 않은 오로지 가족해체이면서 또 각자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본바탕을 둔 소설이었다.  물론, 그래서 섭섭하다는게 아니다.  오히려 말이지...... 어쩌면 그래서 더 이야기가 재밌었다고 하면, 이제껏 무라카미 류의 팬이라고 자처하며 그의 글들을 읽어 온 내가 좀 미안해 질까나?  그래도 가끔은 이런 편안한 글 괜찮은거 같다.  읽고 우울의 바닥을 치지 않아도 되고, 조금은 희망적인 이야기.......  그가 이런 글을 써 주는것도 가끔은 행복 할 듯 하다.  자주는 아니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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