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도서관 느림보 동화 26
홍은경 지음, 김선배 그림 / 느림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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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생각이 많게 하는 동화책이다.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이야기이기에 결국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야기,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 사람(?)의 희생으로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 희생도 마다않는 당나귀 아빠.
 
사실, 이 동화책은 글밥이 많아서 애초에 꼬맹이에게 읽어주기가 버거운 동화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요즘은 내가 아이보다 동화책에 빠져있다보니 이런 동화책을 읽고 아이에게 나중에라도 읽어주거나 아이가 이 동화책을 만나 행복해 하면 그걸로 엄마미소 저절로 지어지니 미리 내가 읽어보는게 좋겠다 싶었다.  근데, 의외로 우리 꼬맹이 글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며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나름 기분이 좋다.
 
"이건 당나귀라는 거야." 라고 설명을 해주며 읽는데 사실 아이가 당나귀는 잘 모른다.  동물원에 가서 당나귀라고 말은 해줬지만 흔하게 보는 동물이 아니다보니 아이도 어색한거다.  그냥 "말"이라고 한다.  아직 우리 꼬맹이는 이 수준이 맞다.
말이면 어떠랴.  나중에 어차피 너도 당나귀가 어떤 동물인지 알게 될 터인다.
 
아기 당나귀는 처음으로 학교 갈 일이 행복하다.  첫 등교해서 공부 할 것을 생각하면 흥분되기 이를때 없다.  게다가 아빠가 학교에 근무하시니 당연히 자신의 아빠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이들은 이렇게 단순해서 좋은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인자하신 염소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당나귀 아기.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얘기한다.
"우리 아빠도 학교 선생님이셔.  이 학교에 근무하시거든."  그에 아이들의 반응은 "우아~"다.  그렇치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당나귀 아빠는 선생님이 아닌 학교의 잡무, 보조일을 하는 아저씨였던 거다.  책, 걸상이 삐걱거리면 고치고 옮길 짐들이 있으면 옮기고 하는......  그래서 그렇게 온 힘을 다하여 학교 일을 하니 늘 저녁엔 녹초가 돼서 아기 당나귀와 잘 놀아주지를 못한다.
처음엔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던 아기 당나귀도 점점 다른 동물엄마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너는 저런 힘든일을 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 라는 이야기를 하니 아빠가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아빠가 나타나도 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나귀 아빠의 진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하며 일을 할때 빛나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그 눈보라 속에서 가지고 오면서 자신이 다쳐도 그걸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만 생각하며 버텨내는 것이다.
결국 아기 당나귀도 아빠의 자랑스러움을 아는거지.
 
생각거리가 많은 동화책이었다.  사람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어디 현실은 그런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가 엄연히 나눠져 있고 그에 따른 연봉, 3D업종에 종사하면 그다지 자랑스럽게 아빠의 직업 자랑을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살아가는데 딱히 그런걸 따져봤자 소용도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니, 어차피 나도 결혼전에는 그런걸 엄격히 따졌었고, 아마도 우리 꼬맹이가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오면 직업 먼저 따지고 들것이다.  뻔하다.  동화책이기에 해피엔딩일 수 있고, 아빠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기에......
 
그래도 말이다.  그 눈보라를 헤치며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서 책을 운반하는 당나귀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네 아빠들을 떠올려 보게 됐다.  가까이는 우리 신랑도 그렇고, 아버님도 그렇고.......  힘들지만 부끄러운 아빠가 아닌 그런 신랑이고 아버님이어서 고맙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 꼬맹이에게는 아빠는 자랑스런 사람이라고 가르쳐야지.  아니, 어차피 우리 꼬맹이도 알거다.  세상 살아가다보면 화이트, 블루 이런걸로 나눠져서 부끄러워 하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걸.   모든 아빠들은 자랑스런 존재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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