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모션

슬로모션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일단 이 책을 다 읽긴 했는데, 나는 현재까지도 사실 내가 뭘 느꼈는지 별 느낌이 없어서 리뷰쓰기가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다.

이작가의 책을 검색해봤더니 나름 유명한 책들을 많이써서 (게다가 성장소설도 많고) 관심이 가긴 하는데, 솔직히 다 읽고 나서 이 작가가의 책을 전작해야 할지 말지 결정을 못내렸다.

보통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오~ 이 작가 괜찮다.  앞으로 완전 애정해 줄테얏!', 이랄지 '뭐냐 이거?' 이런 느낌이 들어서 전작을 하자, 아니자가 결정이 되는데, 이 책은 읽고 오묘하니, 애매하니, 뭔가 결정을 못 내리겠다.  그래서, 일단 한번 더 만나보고 전작을 할지 킵을 할지 결정을 하는걸로~

사실 내용적으로 보면 분명 청소년들의 성장소설로 느껴져야 하는데, 나는 왜 "가족"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연상되는 걸까?

애증하는 오빠,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오빠를 그리도 걱정하고, 어느샌가 이해하고 있는 치짱을 보면서 그냥 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라기보다 표현못하고 사는 섞이지 못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으로 따지고 들어가자면 슬로모션을 취하는 아직은 앞날이 밝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이는게 사실이다.  현실 도피를 위해 슬로모션으로 살아가는 오이자와의 삶은 그래서 더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끝내 책에서는 얘기를 해주고 있지 않다.  사실,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음이기에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치짱이 오빠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오롯이 담고 있는거 같아서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책이 돼 버렸다.

분명 성장통을 다루고 있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가족들의 서로간의 대립각과 걱정스러움, 안쓰러움쪽으로 시선이 옮겨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참 이 작가의 글이 오묘하다는 거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어서 확~ 재밌다.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볍게 넘겨 버리기엔 또 뭔가가 있는 듯한 아련한 아픔의 이야기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은 소통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딱히,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아직 그들의 삶의 복잡함이 너무 많으므로......

책에서 의미를 찾고, 느낌을 찾기에 골몰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 처럼 또 뭔가를 끄집어 내기 힘든것도 없는것 같다.  그저 일단은 조금 더 접해봐야 할 작가여서 찾아 보게는 될 듯하다.  큰 울림은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