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까지 책에 대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명절을 기점으로 그다지 몸이 좋치 않아서 인지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책에 대한 욕심도 서서히 사그라드는 기분. 그래도, 어쩌랴. 책은 내 인생의 必이고 옆에 끼고 살아야 그나마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는 벗이니 꾸역꾸역 책을 끼고있긴 했다.
이제 조금 서서히 다시 으쌰 으쌰 하는걸 보니 슬럼프에서 슬슬 벗어나는 모양이다. 그 슬럼프 탓인지 이 책의 첫부분에서 나는 당최 집중이 안돼서 읽으면서도 뭔가 뭔가.. 하는 헷갈림이 있었다. 살인사건이 나긴났는데, 그게 너무 또 순식간이었던지라 내가 읽은게 맞는가 할 정도로 글이 제대로 안 들어오는것이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구한말 시대의 말투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을 읽은게 과연 몇해전일까? 제대로 읽기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소설에 열광했고, 우리문학에 소홀했기에 처음 김내성이라는 이름도 생소했었고, 우리나라 추리라는 것에도 어쩌면 심드렁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정도 옛방식의 글에 적응이 되다보면 책장이 휘릭 휘릭 잘도 넘어간다.
김내성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가를 내세워 셜록홈즈를 영상하며 읽는 소설은 이제껏 접해왔던 일본소설맛과는 다른 색다름이 분명 존재한다.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거니와 다분히 우리나라 옛것의 맛이 솔솔 풍기고 있어 추리소설임이 분명함에도 나는 어쩌면 구한말쯤의 소설을 읽어내는 기분을 느꼈다. 상세하게 묘사되는 장소들과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복장, 그리고 그시대에나 있음직한 만세운동 이야기들.
분명 추리소설이 분명하다. 김내성과 카트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고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도 그러한데 이상하게 나는 독립투사 이야기를 읽은거 같아서 책을 제대로 읽은 건가 뭔가 갸우뚱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고 와닿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은 분명 내가 셜록홈즈의 책을 전집까진 아니더래도 반정도는 읽은듯한데, 당최 셜록홈즈와 김내성이 겹쳐지는 부분에선 당최 그때 이야기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멍때릴 수 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이다. 이넘의 3초 기억력이란......
분명 <버스커빌의 개>도 읽었는데 왜 나는 전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 홈즈에 대한 정보가 조금만 더 기억났더라면 두배로 더 책을 재미나게 읽었을 것을......
살인사건의 큰 틀임에도 소소한 잔상을 더 많이 남기는 소설이다. 그리고, 추리소설임에도 왠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옛것의 신비스러운 여운이 오래토록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