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표지에 이쁜 그림들도 많더구만 왜 하필 이 일러스트를 표지로 했는지 아쉬움은 남지만 뭐, 그건 뒤로하고, 어쨌거나 내가 오가와 이토의 글을 만났다.  워낙 <달팽이식당>으로 유명해서 이름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방금 검색해보니 얼굴도 아름다움까지는 아니래도 꽤 괜찮아주신다.  하긴, 작가는 글빨로 먹고사는건데 얼굴하고 무슨상관이겠냐만.......  어쨌거나 이 작가의 글에서는 늘 맛있는 요리를 맛볼(?)수 있다고 하니, 내심 나도 이책에서 그런 맛난 음식들을 만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책에서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요리에서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울려주는 흔한 된장찌개까지 맛있는 요리들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책은 사실 책에 대한 정보를 깊이 알고 읽는걸 싫어하는 성격탓에 단편집인줄 모르고 읽었는데 펼쳐보니 7개의 단편으로 이뤄어져 있었다.  단편집을 안 좋아하는 나로선 약간 불길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읽으면서 어? 어? 거리면서 술술 잘도 읽어넘어가는걸 보면 꽤 괜찮은 단편집을 만난게 아닌가 싶다.  

이번이 그녀와 만나는 첫번째 책이었지만 글 요소요소마다 제목 그대로 따뜻함이 묻어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애틋함도 곳곳에 묻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도 괜스레 따뜻해지고 따스한 느낌이다.

일일이 한편한편 리뷰를 쓰려니 복잡하고 (이래서 단편을 싫어하는지도......) 줄거리를 완전 써버리는것도 이책을 읽는 이들에게 스포가 될거 같아서 그럴수도 없다.

단지, 전체적인 느낌은 역자 권남희님의 말씀처럼 단편들이 이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랑하는 애인과의 이별, 남편과의 사별, 결혼으로 집을 떠나는 딸과 아빠의 이별등 다른종류의 이별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이별들이 뭐라고 할까.  슬프지가 않다.  슬픈데 슬프지 않은 느낌.  이것참 이런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슬프면서도 음식과 함께해서 그 슬픔이 따뜻함으로 변하는 묘한 감정이 생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책의 느낌은 따뜻함이다.  이별이지만 따뜻함이다.  이런 묘한 글을 써내는 것도 정말 작가만의 대단한 필력때문이리라.

처음 만난 작가와 이런 따뜻한 기분.  좋구나.  좋다.  아무래도 오가와 이토 작가의 팬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과감히 별다섯을 투척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편이라는 아쉬움과 따뜻하지만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서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은 책인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