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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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어디서 수박향기가 나나?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서 집에서 수박을 끼고 살았던거 같다.  그래서, 집안엔 늘 식사후 수박이 후식으로 나왔고, 식구들은 씨를 뱉어내기에 바빴다.  우장춘 박사님이 씨없는 수박을 발명하셨다고 하는데, 왜 그 대단한 씨없는 수박은 잘 안 보이는 걸까?  간혹 煞峠巒� 가격이 두배로 비싸서 사서 먹기도 쉽지 않긴 하지만 쩝.  좀 보편화 될수 없을까?  하긴, 어쩌면 수박은 그 시원함의 아삭함과 함께 씨를 뱉어내는 맛으로 먹는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심 귀찮다.  치우기도 귀찮고...... 게다가 흘러내리는 그 뻘건 물(?)도 귀찮다.  그게 수박 본연의 가치라고 해도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수박향기보다는 그녀가 가진 뭔가 은은한 향수의 향이 풍길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역시나 이번 소설들 속에서도 그렇다.  그녀가 가진 것들이 녹아나는 느낌.

에쿠니화 되어간다는 게 그런것 같다.  동화되어 간다는 느낌이 그런거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다 그녀의 글을 무척이나 애정하고 사랑함에도 이번엔 쉽게 잘 안 읽혔다.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았고, 한편 한편 읽어낼때마다 내용을 기억하느라고 긴장했어야 했는데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나니 머리속이 하애져서 내가 그녀의 책을 읽기나 한건지 의심이 든다.  왜 이런 새머리를 가졌냐고.......

 

처음 수박향기 첫 단편을 읽었을땐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단편소설 <차가운밤에>가 생각났다.  뭔가 으스스하고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  읽고나서 무서워지는 느낌.  그래서 또 그런 종류인가? 했더니 뒤로 갈 수록 웬지 그녀가 학창시절 겪었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그런데, 대체로 주인공들이 외롭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즐기는 소녀들이다.  어떤 단편들은 읽다가 주인공이 소년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중에서야 소녀인걸 안다.  이런 바보같은 독자라니......

 

역시나 소란스럽지 않으면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그녀의 단편들은 뒷편 추천작가가 말한것처럼 내 얘기를 하고 싶게 만든다.  " 내 학창시절에는 말이지......"라며 나도 뭔가 써내려가면서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프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글처럼 조근조근 되지도 못하고 맛깔스럽지도 못해서 일상적인 이야기가 돼 버리고 말것 같다.  게다가 같이 동화되어 그 느낌을 갖게 하기란 쉽지 않다.  역시 탁월한 그녀만의 글솜씨가 있어야 하는거다.  그래서, 늘 그녀의 글을 읽고나면 그녀만의 향기를 듬뿍 맡은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럼에도 별점이 짤 수 밖에 없는건 내가 단편을 싫어한다는 이유하나다.  그리고, 그 단편들이 전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내 짧은 기억의 아픔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긴 문장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장편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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