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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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지만 그건 대체로 감동을 주는 성장소설일때 이야기다.  게다가 SF, 판타지적 책은 트와일라잇 이후로 손을 끊었다.  싫었다.  드라큐라 이야기가 판을 치니 그 바람에 휩쓸리고, 좀비들이 판을 치니 좀비들에 휘둘리는 그런 판이 싫었다.  게다가 판타지지 않은가?  읽어도 감동이라곤 얻을 수 없을 뿐더러 재미만 느끼게 하는데 그 재미마져 느껴지지 않으니 나는 판타지 소설에 궁합이 맞지 않은게다.  그래서, 그런 쪽으론 손도 안대는데 그래도 이책은 어째 좀 이상한것이 뭔가 나를 잡아 끄는 힘이 있었던 듯 하다.

 

표지에 보이는 얼굴을 정말 표백제로 세척해 버린듯한 소녀의 모습은 외계인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뭔가 비밀스런 모습이라니, 당최 뭐냐고...... 감을 잡을 수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초반 책읽기는 뭔가 새로움에 비해서 무척이나 드뎠다.  진도가 안 나갔다.  궁금은 한데 분위기가 음울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얼핏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잠시 연상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한 암울,  거리를 헤매는 부랑자들, 살아갈날이 막막한 아이들.  모든게 황폐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로드"가 꽤나 진도가 안나가 고생을 한터라 이 역시도 비슷한 느낌이었으니 나를 또한번 고생시키는 거 아닌가 지레 겁도 먹었었다.  그런데, 중반부터 이야기가 "어헐~"이라는 감탄사로 연결되면서 속도가 팍팍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의 주인공 켈리가 변신을 시작하고 뭔가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이 '이거 정말 청소년 소설 맞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세상에 던지는 메세지.  진실따위는 아무것도 없고 인공적이고 만들어진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건 마치 몇해전에 읽고 열광한 프랑스소설 "플라스틱 피플"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초반은 "로드"의 느낌이었다면 후반부에 가서는 인위적인 세상인 "플라스틱 피플"이 연상된다.

 

"플라스틱 피플"이 그랬다.  자신은 없고 오로지 돈으로 대여해서 만들어진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진실이 아닌 거짓된 삶으로 점철되는 정말 무섭고도 끔찍한 이야기.  그런데, 이책이 그런 끔찍함을 담고 있다.  비록 방식은 틀리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뭔가를 담아내고 있다.  그 적나라함에 나는 "아악"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고, 혹여나 정말 미래엔 이런 세상이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느낌마져 들었다.

 

블랙로맨스 시리즈?  로맨스?  그래,  그렇다.  로맨스가 있기는 하다.  인간사 살아가는 이야기이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안되는 거다.  그런데 말이다.  청소년 로맨스소설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되는 거다.  아주 큰코 다치기에 좋은 소설인 거다.  차라리 로맨스소설이라는 말을 빼는게 오히려 낫지 않나?  이게 무슨 로맨스소설인가!  우리의 미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인간세상의 끔찍함을 그대로 보고하고 있는데......  마치 르포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는데 말이다.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렬해서 그 충격에서 쉬이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아직 끔찍한 주인공인 올드맨도 찾지 못했고, 그들이 꾸미고자 하는 세상의 끝도 보지 못했으며, 켈리의 앞날이 여전히 불안함을 보여주는 결말들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정말 이웃들의 말대로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다음의 메시지는 어떤 단어들의 조합일까?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강렬한 느낌이 가시지 않아서 읽고 난 후도 멍하면서 두려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이책 호러가 아닌데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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