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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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에 앞서 나는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들 "최고"라고 찬사를 아껴마지 않는 작품에 나는 당최 그 "최고"를 줄 수 없음에 무엇이 문제인가를 곰곰히 생각해야 했고, 리뷰를 어떤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아닐수 없었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생각보다는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내가 별종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그렇다고 딱 꼬집어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았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딱히 또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 그랬다.

 

<7년의 밤>  여기서 저기서 칭찬이 자자해 읽어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일단은 너무 과한 칭찬으로 큰 기대감에 비례해 그만큼 실망감도 커질까봐 우려하는 마음도 있어서 책읽기가 조심스러웠다. 

 

아, 그런데, 정말 과한 기대감은 역효과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건 초반에 무지하게 지루한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도대체 책읽기가 더뎌지고 속도가 나가지 않으면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건가?  내가 문제인가 책이 문제인가 하는 엉뚱한 고민을 하느라 온갖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린 기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대단한 힘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흔히들 보여지는 청승맞은 구절도 없었고,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도 아니었으며, 오싹오싹 전해오는 공포감은 내가 그만큼 책읽기에 몰입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왠지 이책이 불편했다.  그 어둠이 싫었고, 점점 스스로의 굴레에 미쳐가는 한 인간이 싫었고, 광기로 섬뜩함을 발휘하는 한인간이 싫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등장인물 모두를 싫어한건 아니다.  단지 딱 두사람.  주인공이랄수도 있는 그 두사람이 나는 너무 싫어서 이 책에 그렇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두사람의 마음이 내속에 공존해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두려움때문에 그들이 싫었을수도 있다.  인간에게서 보여질 수 있는 모습들이 극명하게 나타나 나역시 그런 인간들 틈으로 파고들어 버릴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점점 자신의 고뇌속에 파묻혀 버려서 자신이 무슨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떨어야하는 나약함의 결정체인 그사람이 나인것만 같았고, 악을 향해 달려가는 또다른 사람 또한 나 인것만 같아서 나는 그게 죽도록 싫었다.

 

밤마다 책을 읽으면서 공포감을 느껴야함은 어쩌면 세령호의 어두침침함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속의 인물들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랬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대해 각자 어떻게 느꼈는지 나는 모르겠다.  단지, 그저 나는 이책에서 너무 세밀한 인간 심리를 만난거 같아서 그게 불편했다.  뭔가를 건드리는 그느낌이 싫었던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극의 전개나 내용, 마지막 마무리까지 치닫는 과정은 솔직히 이제껏 읽어온 우리나라 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주는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초반의 지루함으로 오래 참고 겨우겨우 읽어내는 느낌이었다면 마지막 몇페이지를 앞두고는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책을 붙잡고 달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몰입도는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치만, 역시 나는 댐에 잠긴 그 마을의 어둠이 싫고, 세령호의 칙칙한 안개가 싫다.  그리고 무엇이든 집어삼킬듯한 세령호의 호수와 누군가의 머릿속을 떠도는 수수밭의 그 우물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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