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듀크

반가워 듀크 ㅣ 우리집 새 식구를 소개합니다
누리아 로카 지음, 로사 마리아 쿠르토 그림, 이근애 옮김 / 꿈소담이 / 2011년 7월

어릴적 우리집엔 "똑순이"라는 잡종개가 있었고, 엄마는 그 강아지를 무척이나 아끼셨다.  우연히 그녀석이 동네에 뿌려진 쥐약을 잘 못 먹고 죽음을 맞이했을때 두다리 뻣고 꺽꺽 우시던 엄마가 아직도 기억속에 선명하다.  물론, 나도 옆에서 눈물을 훔쳤지만......

그 이후로도 강아지가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억이 좀 희미하지만 어쨌거나 강아지를 그렇게 싫어하는 집안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혼전 사돈댁에서 분양한 강아지를 못 키운다고 우리집으로 보내준적이 있었다.  그동안 길러왔던 잡종개와는 달리 아주 손이 많이 가야하고 우리가 먹던 음식을 마구 주는 강아지가 아닌 그야말로 애완견으로 사랑을 뜸뿍 줘야하는 녀석이었다.  처음의 나는 무척이나 기뻤던 기억이 난다.  20여만원이나 하는 녀석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게다가 그렇게 조그맣고 귀엽기까지 한데 공짜로 얻다니.....  하지만, 나의 기쁨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제껏 밖에서 길러야 했던 강아지에 비해 방안에서 키워야 했던 강아지가 나의 천적일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이름을 아예 "시츄"라고 불렀던 녀석은 나에게 온 몸의 두드러기를 선물에 주었고, 급기야 피부과에서는 강아지를 키우지 말것을 권고했다.  아쉽지만 어쩌리..... 그렇게 그녀석은 또 딴집으로 보내져야만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그녀석을 돌보는게 너무 좀 귀찮아서 제대로 씻기고 말려주지 않아서 그 벼룩들이 나에게 옮긴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 생각해보면 다 내탓인것만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 녀석의 뒤끝은 별로 좋치 않아서 지금도 그 녀석 생각만 하면 마음이 좀 아파온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애완견이라면 동물병원 바깥에서 보는건 좋아하지만, 내가 키우는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다.  난 피부과에 더이상 가고 싶지 않으니까.....

 

이책은 앞서 내가 구구절절 말했듯, 애완견이 집으로 왔을때 해줘야 하는 일들이 동화책으로 재미나게 표현되어져 있다.  준비해야할 물건들도 많고, 해줘야 할일도 많으며, 듀크가 잘 못을 저질렀을때 어떻게 교육을 해줘야 하는지 등도 자세히 나와있다.  그리고, 그때쯤의 강아지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려줘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려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동화책이었다.  게다가 강아지 과자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있으니 오오~ 대단한 동화책이 아닐수 없다.  강아지를 귀여워만 하는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하고, 얼마나 키우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난 왜 이 동화책을 보면서 마치 아이 한명을 더 키운다는 느낌이 들었던 걸까?  한마디로 그냥 분양만해서 데려온다고 모든게 끝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깨끗이 씻겨줘야하고, 먹여줘야 하며, 변을 가려내는 교육도 해야하니 전혀 쉽다고 할 수 없다.  일단 무조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이책을 읽어주면서 이렇게 할 자신이 있느냐는 약속을 받아내고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야말로 교육용으론 꽤 괜찮은 녀석이다.  재미면으론...글쎄 좀 그렇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