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 초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는 '어? 어? 나름 신선한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작가들에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나로서는 꽤 재미나게 소설이 전개되는 거 같아서, 새로운 완소작가 탄생이라며 쾌재를 부를만한 분위기였다.  그만큼 처음 전개는 아무렇치도 않은듯하나 특이한 뭔가가 있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음' 이라는 한마디가 툭 던져지는 걸 보니 처음 신선하던 그 느낌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모양이라고 생각되어졌다.

 

처음의 이야기대로였다면 아마 나는 이 책에 별다섯을 과감히 투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도 말했다시피 중반부터는 그저 그렇게 많이 보아오던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이 돼 다보니 책 읽기는 나쁘지 않으나 선뜻 별다섯을 주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건 이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났을까?  전혀 다른 전개방식이긴 하지만, 왠지 어딘가 닮은듯한 기분이 드는건 나혼자만의 착각인 걸까?  아마도 어쩌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느꼈던 내가 몰랐던 엄마를 알게 되는 과정을 겪게되듯, 이 책에서도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엄마와 또다른 엄마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딸의 모습에서 그런 기분을 느낀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어쨌거나, 두가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에서 이건 뭔가?  왜 난데없이 과테말라 염소젖을 짜서 파는 사람 호세의 이야기는 나오는가 마구마구 궁금해졌는데, 그 해답은 결국 책을 다 읽어갈때쯤에서 나오니, 오호라~ 그렇군. 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째 새로운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읽으면서 마음이 무척이나 먹먹해져서 아팠다.  전혀 울지 않는 딸의 모습이 너무 담담하게 표현되어졌지만, 나는 그 깊은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따라 나 역시도 눈물을 흘리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딸의 모습이 아팠고, 병원을 전전하는 초코의 모습도 아팠으며, 손목을 그은 H의 모습도 아팠다.  물론, 그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가슴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가볍게 느껴져야하는데 나는 그들의 아픔이 깊이있게 전해져 와서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겁고, 아프게 느껴져 버렸다.

 

책은 쉬이 읽히나, 그 아픔의 무게는 무척이나 깊은 책이다.  물론, 나와 다르게 느낀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버렸으니, 어쩔수가 없다.  새로운 스타일의 일은 아니지만, 읽는 맛은 꽤 괜찮은 책이었다.  완소 작가로 올리기엔 뭔가 2프로 부족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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