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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기노시타 한타는 "악몽"시리즈로 꽤나 일본에서도 유명한것 같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그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 어느정도 관심이 가던차였다. 그렇치만 그보다 더 내 관심을 끈건, 표지와 제목이었다. '어? 이거 간만에 유쾌하게 웃을수 있는 책을 만나는거 아냐?' 라는 기쁨이랄까.
표지도 웃기고,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뭔가 코믹이 예상되는 책이었다. 이 작가의 성향을 아직 제대로 모르니, 어떤식의 코믹인지는 감을 잡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기대치가 높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책장은 무지 잘 넘어간다. 읽는 가속도도 엄청나고, 이야기 구성이 나쁘지 않아서 꽤 괜찮은 작가라는 느낌마져 들게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생각하던 웃음코드가 아니었던게 문제다.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고, 그도 아니면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를 기대했었기에 읽으면서 그저 무덤덤하게 읽어나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그냥, 뭐 그저 그렇다 라는 느낌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이 "폭주가족"의 구성원이 싫었던 게다. 그리고, 말그대로 "폭주가족"이고, 제대로 된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임을 감안했었더라도 이건 너무 심한 막장을 넘어서고 있으니, 읽기가 좀 부담스러운 기분이었다고 해야할 거 같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 책속에서 도덕적 관념을 찾니, 어쩌니 하는 그런부류의 인간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책은 그런 느낌에 위화감을 준다.
한 가정교사를 두고, 아들과 자식이 공유(?)하는 것도 싫고, 나이 스물에 결혼과 이혼을 세번 반복하는 딸도 싫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단지 유산상속받기만 기대하면서 테레사 수녀 흉내를 내는 아내도 싫다. 그저 싫은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다. 그뿐인가? 딸을 못 잊어서 협박장에 칼들고 덤비는 세번째 남편에다 같이 자살하기로 약속한 기대를 져버렸다는 것만으로 아내를 납치하는 청년도 싫다.
그야말로 위화감 투성이의 인간군상들이 이책속의 인물들이고,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 각자의 숨겨진 마음속의 이야기들이 책 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 일단,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면, 남의 속내를 우리 인간사가 어찌알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는 한다. 단 한번도 진지한 대화로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서서히 가족이라는 의미를 찾아가고, 그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건 참 의미 있고 좋은일이지만, 그 인물 구성집단에서 오는 위화감은 도저히 어쩔수가 없다.
깨알같은 웃음이나 박장대소를 원했던 나에게는 의외의 책이 돼 버렸다. 그런 코믹이 전혀 안 보이고, 그저 위화감 가족의 화해과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책이다. 글쎄, 크게 "괜찮다."라는 느낌을 주기엔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