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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책을 집어들기전에 600여페이지를 달하는 두께에 압도됐다. 이런 두꺼운 두께에 게다가 경제소설이라니, 이건 뭐..... 이케이도준을 믿긴 하지만, 덜컥 겁은 났다. 앞서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으로 그의 책을 한번 만났는데, 특이한 소재로 특이한 재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새롭게 다가왔었던 작가다. 그래서, 겁없이 믿고 읽자고 책을 들긴했는데, 그를 믿으면서도 두께에서는 두려웠다. 경제소설을 이렇게 두꺼운걸 내가 과연 제대로 읽어낼수 있을까 하는.....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두려움이 기우였음을 미리 말하는 바이다. 한번 읽기시작하니 두께고 뭐고 재미에 푹빠져서는 뒷얘기가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케이도준의 책을 고작 두권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뭐랄까 과연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로 글을 참 맛깔나게 재미있게 쓴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약간의 추리기법까지 가미하는 경우도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는 두배에 달한다. 물론, 이번책에서는 추리기법은 없었다. 단지 두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판가름 날 것 인가 하고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얼른 책을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을 부추기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어쩌면 미리 결말이 눈에 뻔히 보이는 책이었다. 대기업은 망하고, 중소기업은 흥할것이다 하는.....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관건이었다. 특히나, 교통사고 하나로 아카마쓰라는 중소기업이 맞게되는 일생일대의 위기는 웬만한 필력이 아니고서는 써내려 가지 못할정도로 치밀하게 그리고, 최악의 상황까지 바닥을 내리치면서도 희망의 끈을 결코 놓을수 없는 기대감을 독자로 하여금 가지게 하면서 읽어나가게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만큼 내려가야 더이상의 추락은 없을까 할 정도로 읽는내내 내가 주인공이 되어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책의 주인공은 아카마쓰운송의 아카마쓰지만, 그 한사람으로 국한되지 않고 여러사람이 등장함으로서 경제계 전반에 치밀한 시선을 던지며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었다. 중소기업인의 시선, 대기업의 안일한 호프자동차 직원들의 시선, 기업의 융자에 갈등하는 은행원의 시선, 그리고 특종을 쫓기위해 분투하는 "주간초류" 기자의 시선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함에도 전혀 산만하지 않다. 게다가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므로서 모두가 마치 주인공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이야기를 생성해 가며 완성을 해 나가는 것이다.
가히 이케이도준이기에 이런 경제소설을 막힘없이, 그것도 경제소설이라 딱딱함이나 지루함이 있을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면서 써낼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결말이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의도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하지만 뒷얘기가 궁금해 잠을 미루면서 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이케이도 준, 역시 기대만큼 실망시키지 않은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