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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20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평점 :
나는 시를 개인적으로 너무 싫어한다. 짧은 글의 감동이 그다지 와 닿치 않을뿐더러, 금방 금방 읽어넘어가기가 습관인 탓에 시를 읽고 사색하거나 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좋아한다고 하는 시들은 어릴적 교과서에서 배운 "꽃"이나 "승무"등이 전부다. 그외에는 관심도 없고, 읽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물며,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인의 책이라니......
참 엉뚱하게도 사실 이책은 시집인줄도 모르고, 표지와 제목에 반해서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늘 책 소개글을 등한시 하는 내 탓이지 누굴 탓하랴마는 그래도 시집인줄은 전혀 몰랐던 거다. 그래도, 뭐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일생에 한두번쯤은 시라는 것도 읽어보자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 까만건 글씨요, 흰것은 종이로다 그 자체다. 도대체 몇편의 시를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건 하나없고, 뜻도 알 수 없다. 아니, 딱 한편 "로렐라이" 라는 시는 쪼끔 강렬해서 기억에 남긴 한다.
대체적으로 강렬한 표현법과 직설적인 내용으로 시를 쓰는 시인인듯 한데, 문제는 시보다 시를 읽기전에 역자의 소개글이 30여페이지에 달해서 지쳐버렸고, 두번째는 시 100여페이지에 주석이 100여페이지인데다 완전 질려버렸다. 100여페이지의 주석을 읽어내는데 아무 뜻도 난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긴, 그런 난해한 시를 쓰는데, 주석이 필요하긴 하겠지. 그래도, 정도껏이래야지 이건 뭐 배보다 배꼽이 더 커버린 상황이다. 읽다읽다 질려서 사실 얼마나 포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솔직히, 주석까지도 다 읽어낸 내가 대견할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내용이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 이 지경이라니......
웬만한 악평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이책은 도저히 괜찮다. 괜찮다. 최면을 걸어도 그 정도가 심하다. 딱 읽고 졸리기 좋은 책. 완전 읽으면 수면제인 딱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