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건너 저편에 사계절 1318 문고 5
게리 폴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사계절 출판사의 1318 문고 시리즈에 요즘 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시작은 <그리운 메이아줌마>라는 소설이었는데, 웬지 모를 뭉클함과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다른시리즈들도 찾아보니, 나름 괜찮은 문고시리즈인거 같아 한권씩 찾아보려고 노력중이다.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이책에도 관심이 가서 손에 들었는데, 감동이 있긴 하지만, 너무 아프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픈소설은 웬지 읽기가 힘겹고 버거워서 멀리하는 중인데, 이책이 딱 그렇다.  그냥 한마디로 요약해 버리자면, 너무 아프다는 거다.

2년전쯤인가 <눈물나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책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아프다 못해 쓰리기까지 한 보태고 보태어진 아픔이 느껴지는 책이었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것도 역시나 비슷했다.  그러나, 물론 그 형태는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이책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멕시코를 벗어나고자 하는 한 소년의 모습에서 또다른 아픔을 지닌 미국인을 출현시켰다면, <눈물나무>는 "아메리칸드림"과 더불어, 국경을 넘어 생사를 넘나드는 처참한 모습을 묘사한 책이었다.  멕시코와 미국이라는 단어, 그리고 아픔이라는 느낌만으로 웬지 비슷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책은 120여페이지의 얇은 분량의 책이다.  그런데, 그 속의 아픔은 왜 이렇게도 깊은지 모르겠다.  어릴적 누가 버렸는지도 모른체 자라난 마니는 세상에서 배가 부른것이 어떤것인지도 모르는 멕시코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거지 소년이다.  남들보다 덩치가 작아 구걸로 돈이 생길라치면, 자신보다 덩치 큰 아이들에게 매를 맞고 돈을 뺏기기 일쑤였고, 아무도 자신을 돌봐줄 이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처절하게 느끼고 있으며, 거짓이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을 세상을 살아가는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으로 새벽쯤에 강을 건너 국경을 넘고자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리 건너 저편에 환상적인 세상이 존재할거라 믿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런 소년앞에 전형적인 미국인 군인이지만, 또 웬지 다른군인들과는 다른 로버트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자신의 죽어가는 전우들이 나타나 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는 맨정신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어, 늘 술에 쩔어 산다.  그러나, 그는 군인다운 군인이기에 술이 취해 있으면서도 군인정신은 잊지 않는다.  우연히 자신의 지갑을 훔치려던 소년 마니를 만나고,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만남에서 자신이 해줄수 있는, 그리고 전우들의 환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발견함과 동시에 자신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책을 읽다보면, 배가 고파 거리를 하이에나처럼 헤매이는 마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우연히 알게된 미군에게 기대면서 희망의 끈을 놓치않고, 자신을 환상의 세계로 들여보내 줄 수 있는 사람임을 간파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거짓이 아닌, 진실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는 소년이 된다.  그러나, 그 믿음이 아픔으로 변해버린다.  마음을 다 준 군인의 죽음은 소년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과연, 마니의 앞날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아메리칸 드림" 대로 멋드러진 인생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금처럼 먹는 것에 급급하는 처참한 인생을 이어갈 것인가?  그 몫의 상상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픈 소설을 싫어하기에 희망을 꿈꾸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이책에서는 희망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롯이 독자가 꿈꾸고 바랄 수 있는 일인데도 웬지 마니의 인생은 아픔과 역경만이 도사리고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다리건너 저편에 희망이 있다고 믿을 수는 없는 것인가?  아니, 과연 그런 희망이 있기나 한것인가?  아득함과 신기루만을 바라보는 소년을 보는 듯한 공허함만이 떠도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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