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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기억
호사카 가즈시 지음, 이상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조용하지만 깊이가 있고, 잠잠하지만 떠들썩함이 있는 책이다. 처음 이책이 무슨 무슨 상들을 수상했다고 했을때 또 그러려니 하는 책이 나왔나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 출판되는 일본문학의 책들은 하나같이 무슨 상들을 수상했다고 했고, 그런 면에 처음에는 혹해서 책을 읽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슨 무슨 문학상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낮아져서 별로 흥미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는편이 옳을 것이다. 그저 그런면으로 부각되는 것 보다는 작가의 이름이나 필력으로 일본문학을 접하게 된것이다. 물론, 상을 줬다함은 뭔가 특별나고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대단한 것이 있어서 였겠지만 상과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는 별게였다.
그런데, 이책은 예외라고 해야할까? 책을 덮는 순간, 상을 받아도 되는 책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일상속 제대로 된 클라이막스 하나 없이 책이 끝나는 데도 나는 참 책을 재밌게 읽었고, 호사카 가즈시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으며 그의 책이 앞으로 출간되는 되로 사 보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일단 이책의 줄거리를 소개하자고 하면 그저 막막하고 별다르게 할 말이 없다. 앞서 클라이막스가 없다고 밝혔듯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함을 고수하며 산책하다가 모든 이야기가 끝나버리니 큰 맥락으로 줄거리를 소개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주인공 나와 아들 구이짱, 그리고 그 주위에 미사짱과 그의 오빠로 이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매일 매일 아침에 밥 먹고 산책하고 저녁에 담소나 좀 나누다 책을 쓰고 잠을 자는 일상의 일이 반복된다. 간단하지만 그 책 속 내용의 무게는 한없이 깊고 무겁다. 진지함이 있고, 깊이가 있으며 작가의 엄청난 관찰력이 존재한다. 산책하는 길 하나하나의 묘사가 멋드러지고, 구이짱이라는 다섯살짜리 아들의 질문이나 이야기가 참 인상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그리고, 아빠인 나의 인생관과 주위 사람들의 인생관, 철학이 깊이 박힌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산책하듯 조용조용하지만, 대사들 속 깊이는 너무도 깊어서 가볍게 말할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듯 읽는 속도는 가독성이 대단하고 내용도 재밌어서 읽는 내내 구이짱의 질문에 미소가 지어진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단순한 전개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을 이렇듯 재밌고 깊이있게 표현했기에 더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이 읽으면 읽을 수록 맛을 더한다고 해야하나? 요즘의 막장코드를 가진 책읽기와는 비교되는 따듯한 책이고 재미난 책이었다. 조용한듯, 사뿐한 맘으로 그러나 미소를 머금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만큼의 깊이가 한층더 재미를 더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