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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신발
뱅쌍 들르크루아 지음, 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평점 :
프랑스 소설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를 찾아내는게 생각만큼 쉬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 깊이를 하나하나 되짚어 찾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특히나 프랑스는 영화에서부터 이미 그 깊이를 가늠할수 없을정도의 메세지를 전하는 나라이다보니, 책에서도 그런 느낌이 강한것 같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어쩌면 복잡하고 머리아푸지만, 그 매력의 깊이에 빠지다보면 그들이 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감을 잡고 기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거 같다.
뱅쌍 들르크루아라는 작가의 이름은 "지붕위의 신발"이라는 책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귀에 익숙한 느낌이 든다. "뱅쌍" 이라는 이름 자체가 영화주인공으로 프랑스 사람들의 이름으로 많이 불리워지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때 조금은 미소가 지어졌다. 지붕위에 신발이 있다니, 과연 무슨 이유란 말인가. "지붕위의 바이올린" 처럼 그다지 운치있거나 멋있지도 않고 무슨 코메디마냥 신발이 올려진 지붕은 내용을 들여다보기전까지 웬지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신발이 상징하는 바는 실로 어마어마하다는걸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딸아이의 얘기를 들어주는 복사기판매원은 딸아이가 지붕위에 있는 천사를 봤다는 말에 어이없지만 귀기울여준다. 하지만, 잠을 자야하는 자신과 계속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딸을 보면서 만사가 귀찮기만하다. 지붕위에 신발한짝을 놓고갔다는 천사는 과연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그리고, 자신을 버린 여인과 그 동거남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예전살던 집을 무단침입한 남자는 강한 복수를 이루지 못하고 소심하게도 동거남의 신발한짝을 지붕위로 던져버린다. 마치 그 신발한짝에 모든 원한과 저주를 실어 날려보내듯이...... 동화적 환상을 지니고 살면서 우연히 한번 스친 여인이 나타나기만을 바라며 그녀가 버려둔 신발을 지낸채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동화증후군을 지닌 남자는 그렇게 찾아헤매던 이상적인 여인이 친구의 연인이 되었음을 알고 과감히 신발을 떨쳐낸다. 그외 모든 에피소드들에 신발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얘기는 하나같이 전부 이어져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연관된 사람들. 누가 던졌는지도 모른체 지붕위에 나뒹구는 신발. 그 신발은 그야말로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외로움을 대변하는 큰 얘깃거리다. 신발하나에 모든것을 실어 던져버리거나, 신발이 그 지붕에 놓여있음으로 아무것도 할수없는 신경증으로 발작하는 할머니등은 세상과 단절해버린 고통속에서 그 자신들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같이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등장인물들 모두 외로움과 고독에 찌들어 있다. 모두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듯하지만 각자 개인의 공간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뿐인것이다.
신발이 지붕으로 던져져 쳐내지듯 자신들의 모습도 지붕위에 올려진 불안함처럼 어쩌지 못하고 그자리에 굳어져버리는 것처럼 신발을 던지고, 던져진 신발을 보면서 어쩌면 스스로를 떠올리는 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그 신발을 찾고자 하는 의지들은 어디에고 없다. 자신들의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고 그 외로움에 그저 안주해 버린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지붕위에 비를 맞고, 썩어가는 신발을 보면서 현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떠올려진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듯하다. 우리모두 지붕위에 외로이 썩어가는 신발같은 존재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