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노우에 아레노

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작년쯤엔가 우연히 만난 이노우에 아레노라는 작가에 혼자 막 열광했었다.  원래 일본소설을 즐겨읽는 터라 일본작가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는 물" 이라는 한권의 책만 읽은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느낌이라 출판된 책을 검색해보고 찾아봤지만 딱 그한권이 다였다.  그때의 그 아쉬움이란 정말 말로 다 할수 없었다.
좋은글을 만난 작가의 글을 더이상 볼수 없을때의 그 공허함이란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그래서, 더욱더 이 작가의 책을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더랬다.  이런 작가라면 꼭 다른책도 출판되리라.... 꼭..  아니나다를까 이번에 다시금 새로운 책을 만날수 있다는 소식은 나를 흥분된 기분으로 업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번 책 만큼이나 제목도 특이하고, 표지까지 시선을 확 잡아끄는 기분.....  게다가 오랫만에 들려온 새책 소식과 더불어 나오키상까지 수상했다는 두배의 소식이 전해졌으니 내기쁨은 두배가 됐다.  

유부녀이면서도 남편이 아닌 다른남자에게 끌리는 마음.  간략한 소개글만 보자면 어쩜 불륜소설로 매도되어질듯한 느낌.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사랑하는 감정(마음)"의 애틋함이 엿보여 과연 이책을 불륜소설이라고 단정지을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딱 잘라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또 어떤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태어나고 자란 섬마을을 등지고 본토에서 생활하다 우연히 남편을 만나 다시금 섬으로 돌아와 작은학교 보건선생님을 맡고 있는 주인공,  그녀의 남편은 같은마을 선배이자 지금은 화가로서 그녀곁에 머문다.  작은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사소하면서도 즐거운 일상들.  그속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두사람은 소소한 행복을 경험한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남자선생님이 부임해보면서 그녀의 일생에 작은 파문이 인다.  자신에게 친절하지도 다정하게 굴지도 않치만 웬지 눈길이 가는 남자.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웬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드는 남자선생님이 오면서 그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 남자 선생님에게 푹 빠져 앞뒤 재지않고 불륜을 저지르거나 하는건 전혀없다.  단지, 그녀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는 작은 파문이 이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라는 느낌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그런 느낌말이다.  서로를 의식하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다가가지도 않는 느낌.  자신의 속내나 자신의 신상에 대해 뭔가를 말하지 않는 남자선생님은 까도까도 알수 없는 양파같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신비로움에 어린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하듯 그에게 끌렸는지도 모른다.  섬마을속의 사건들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표나진 않았지만 주위사람들은 웬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려버린 느낌.  1년여의 생활속에 남자선생님은 떠나가고, 다시 마을은 소란스런 분위기가 가라앉고 평상을 되찾는다. 남편은 그녀가 그를 사랑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말이 없다.  떠나는 그 조차도 그녀를 사랑했었는지 알수가 없다.  아니, 보내는 그녀조차도 그를 사랑했었는지 딱히 정의내릴수 없다.

책을 덮는순간 "결혼후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비해 내용은 누구나가 기대하듯 불륜의 장면이나 난잡한(?) 생각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음을 알고 작가의 탁월한 솜씨에 미소를 지었다.  그누구도 쉽게 풀어낼수 없는 주제이지만 그녀는 너무도 쉽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정말 에쿠니가오리가 말했던 이노우에 아레노 중독증에 걸린것처럼 그녀만의 글에 중독되어 그녀에게 열광하는 느낌이랄까?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웬지 그속에는 사랑이 공존하는 느낌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들추진 않았지만 누군가는 조금은 상처를 받은느낌...... 그러나, 그 상처가 오래가진 않으니 웬지 해피엔딩이라 미소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그녀의 탁월한 글 솜씨에 비해 그 느낌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음을 다시한번 느끼며, 오랫만에 만난 그녀의 글은 다시금 그녀에게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