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살와 바크르 지음, 김능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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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작가는 너무도 생소하다.  처음 접하는것도 그러려니와 이집트라면 웬지 신비감을 주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막상 내 손에 책에 들려졌을때에도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색다름이 느껴지는 듯했다.  표지 자체도 고대 이집트 여인을 연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고대 이집트는 그 화려함이 끝이 없었다.  상 이집트, 하 이집트로 나누어 불릴정도로 그 장대함을 자랑했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문화유산들 역시 이집트가 얼마나 대단한 곳이었나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 이집트가 지금은 그저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게다가 그런 문화유산들을 도굴당하거나 다른 나라들에 팔려나가는 현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집트 국민들 역시 그다지 높은 수준의 주거환경속에서 살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 찬란하고 화려하던 시대를 떠올리면 다른나라 일인데도 불구하고 안타깝다는 생각마져 든다.  물론, 책 내용이 그런 화려했던 문화유산이나 과거명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그런 문화속 국민들의 삶이 책속의 기구한 여인들의 운명들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으니 조금은 측은한 맘이 든다고 할까.

언젠가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얘기들은 슬프다' 라는 글귀를 읽고 무척 공감한적이 있다.  그런의미에서 첫장부터 여자주인공의 얘기가 나올때부터 웬지 이책, 또 나를 힘들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 역시도 그 슬픔속에 침잠되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마져 있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이순간 그때의 기분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여실하게 느끼고 있다.
책속에는 무수한 여인들이 사실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금마차에 여죄수들을 타게하고 구원의 손길로 그녀들을 구하려하는 주인공 아지자가 있긴하지만, 실지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전부 여자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허울뿐인 남자를 죽이고 감옥에 온 아지자,   그녀는 독방속에서 자신만의 틀속에 갇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그중하나가 황금마차를 준비해 감옥속에 온 다른 죄수들을 구원해주는 것이다.  그 마차에 오를수 있는 죄수들은 죄인은 죄인이되, 미워할수 없는 죄수들로 심성이 바르고 착하며, 기구한 운명에 빠져들어 감옥으로 들어온 여인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자녀들의 재산을 노리는 삼촌에게 복수하고 들어온 여자,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남편을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고 들어온 여자,  아들의 죄를 대신해 누명을 쓰고 들어온 여자, 남동생이 저지른 살인을 뒤집어 쓰고 들어온 여자, 소매치기로 먹고살며 삶을 연명하다 잡혀 들어온 여자등등 가벼운 죄인에서부터 사형의 무거운 죄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가 책속에 들어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하나같이 이렇게 기구한 운명의 얘기란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하다거나, 다른 모든범죄가 정당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범죄의 문제를 떠나 책속에서는 여자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크게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는것이다.  그저 힘들어도 예전 우리나라 여인들처럼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등의 얘기처럼 그렇게 부모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순종하며 사는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떤것이 부당하고, 어떤것이 잘못되었다고 사회어디에도 부르짖을수 없는 현실을 비꼬은 책이었다.  마치 과거속으로 여행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모든것을 이중잣대로 보고 이책을 읽는다면 결코 그녀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예전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처럼 살인자인데도 미워할수 없는 살인자, 범죄자들의 얘기였다.  여자얘기, 결국 읽기가 아프고 힘들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그저 마음만 먹먹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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