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가 3.1절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3.1절이라는 것도 깜빡잊고 있었고, 단지 그 수많고 많은 일요일중의 하나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10시쯤 기념식을 중계로 한다는걸 보고서야 '아, 그렇군' 이라는 속엣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옆에서 잠깐 기념식 중계를 같이 본 신랑은 "왜 일요일이냐고." 라며 안타까운 탄성만 자아낼 뿐이었다.  놀수있는 하루를 그냥 날려버린 듯한 허전함이 든게다.  그런것이다.  3.1절이나 광복절이 이제는 그 의미를 되새기기보다 하루 더 놀수있느냐, 없느냐의 공휴일적인 개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고 역사에 대한 인식이 무뎌질수록 그 의미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의미에서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은 역사를 한번더 되돌아 보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180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극심했던 곤란기속으로 선교활동을 위해 머나먼 타지 미국땅에서 홀로 듣도보도 못한 나라 "조선"이라는 곳으로 왔으니, 우선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신앙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래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리라.  게다가 선진문물에 길들여진 자신의 생활을 버리고, 아직은 발전이라곤 전혀없는 그들이 보기엔 미개한 민족앞에 마주섰으니 그 허망함이 보지않고도 느껴지는 기분이다.

처음 우리나라 발을 디디고 느낀 그녀의 심정은 한마디로 "지저분함"이었다.  도랑에서 흘러넘치는 시궁창 냄새들, 목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듯 한번 입은 옷을 제대로 빨지 않아 목에 시커멓게 남아있는 땟자국들, 더러운 화장실 시설에 빈약한 집구조까지......  보지않아도 암담했을 그 기분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것에 개의치 않고 오직 선교활동과 의료활동에 온 정신을 쏟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먼저 들어와 선교활동과 의료활동을 하고 있던 언더우드씨와 결혼을 하게 된다.  아직 외국인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이 선교활동이나 의료활동을 위해 시골에 찾아갈적마다 서커스단이 온것마냥 사생활침해라는 말은 싹 무시한채 그들 부부를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교통사정은 물론이려니와 외국인이 제대로 우리나라 곳곳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던 시기였던지라 그들의 활동에는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교활동을 할수 있는 곳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않고 우리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명성황후의 주치의가 된 그녀는 책 곳곳에 왕비에 대한 칭찬이 그득했다.  역사소설이나 그외 서적들에서 느껴지는 왕비의 모습과 또다른 모습으로 이책에 좀더 정감있고 거리감 없는 왕비로 묘사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기분이랄까.

많은 선교사들이 낙후된 의료시설때문에 병에 걸려 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만은 깊이 느낄수 있었다.  게다가 한창 청.일전쟁, 러.일전쟁, 을사조약, 명성황후 시해사건등등 격변기를 우리나라에서 직접보고 느낀 그녀이기에 어떤 깊이있는 역사책보다 우리나라 역사현장을 더 생생하고 깊이있게 느낄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의 주 목적이 선교활동이었고, 책 역시나 일기형식이지만 그런목적이 있었기에 종교적인 색채가 짙을수 밖에 없다.  특히나, 나처럼 종교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책을 읽는데 약간은 거부감이 들것이다.  하지만, 책소개 말마따나 그녀는 전문역사가가 아니고 자신이 느낀 점을 그대로 써 놓은 일기형식이라는 점에서 감안하고 읽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를 너무 사랑했고, 우리나라에서 죽음을 맞은 그녀의 깊은 우리나라 사랑을 느끼며, 나역시도 다시한번 "애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그녀만큼은 아닐지라도 나역시 우리나라에 뭔가를 할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것 같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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