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쥐스킨트 책을 들었다.  한때 그에게 열광하고, 그의 모든책을 다 찾아 읽어보리라 다짐을 했었건만 여러 사정상 몇권 안되는 그의 책을 제대로 다 읽지 못했다.  언제나 나를 설레고 기대하게 하는 쥐스킨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천시하고 오랫만에 만나다니, 정말 반성을 다시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이한 시선으로 소설의 소재가 될수 없을것만 같은 소재들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의 책을 대하다 보면 정말 존경의 시선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는거 같다.  예전 "향수"를 읽고나서 나에게도 혹시 냄새를 맡는 특이한 미각이 있지 않나해서 한동안은 코를 벌름거리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에겐 그르누이 같은 그런 천재적인 미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만큼 그의 글의 흡입력은 나를 딴세상속으로 이끌기 충분한듯 하다.

앞서읽었던 "향수"나 "좀머씨 이야기",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보다 먼저 이 책으로 데뷔했다고 하는데 난 이제서야 접했다.  한 30대 시립교향악단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남자의 독백으로만 채워진 모노드라마라고 해야할까.
35살인 주인공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교향곡을 틀어놓고 자신이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게 된 이유와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얼마나 독특한 소리를 내는지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그 만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콘트라베이스에 대해 칭찬하거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것에서 안타까움과 좌절을 느끼는 그다.  그리고, 연주회에서 북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것에서 한탄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기실 그 자신도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를 사랑하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우연한 만남으로 연주자가 되었지만, 자신마져도 그 커다란 악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게다가 짝사랑 하는 소프라노 가수의 연주를 도와줄수 없는 콘트라베이스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것은 마치, 콘트라베이스라는 주제를 놓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읊어대는 30대 남자의 허무한 독백에 불과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이 대비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쥐스킨트의 다른책에 비하면 조금은 재미(?)가 없었다.  기대치가 너무나 커서인지는 모르지만, 30대 남자의 세상한탄은 색다른 소재로 특이함을 느끼게는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가득한 독백의 글들로 읽는데 조금 지루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콘트라베이스 라는 이야기속에 방대한 음악적 지식이 한가득이었던 쥐스킨트의 노력은 정말 대단함이 아니었나싶다.  오랫만에 접한 쥐스킨트, 그나저나 그의 새책은 언제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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