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영화처럼 아름다운 동화 2
정채봉 지음, 정리태 옮김 / 샘터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십여년전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정채봉이라는 작가를 알게된후부터 그가 써온 책들을 한권한권 찾아내는것이 책을 읽는중에도 취미아닌 취미가 됐다.  그렇다고 아직 이렇다하게 많은 책을 모은것도 아니고, 많이 읽지도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글을 읽다보면 세상에 물들고 찌든 내 마음이 아이의 마음처럼 깨끗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책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품을 딸이 정리하고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한걸로 안다.  간혹 채널을 돌리다 한번씩 보긴했지만, 정채봉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넋놓고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적은 없다.  아무래도 책에서 오는 감동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오세암"은 웬지 낯선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길손이는 다섯살, 눈이 보이지 않는 누나 감이는 열두살.  남매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조차도 모른체 집이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한다.  다섯살임에도 불구하고 길손이는 누나 감이의 눈이 되어 감이를 돌보고, 감이가 보지못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하늘의 빛깔과 바람이 불어오는 것, 눈이 쌓이는 모습등, 그렇게 남매는 힘겹지만 행복한 길동무가 되어 세상을 헤매는 것이다. 

그러던중 우연히 스님들을 만나 암자에 머물게 된다.  장난이 심한 길손은 스님들이 불공드리는 시간에도 아랑곳없이 들락거리며 괴롭히고 말썽을 피운다.  이에 남매를 데려온 스님은 길손을 데리고 좀더 깊은 암자로 가 수행을 하기로 한다.  단한번도 누나와 떨어져 본적이 없는 길손은 웬지 불안하지만 스님과 함께 떠나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문둥병으로 돌아가신 스님이 머물렀다는 방으로 들어가 탱화를 발견하고, 마치 탱화가 자신이 꿈에서도 그리던 엄마인냥 그곳에서 매일매일 노래도 불러주고 맛난것이 있으며 갖다주기도 하면서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어릴적 얼굴도 모르고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는 길손의 마음이 절절이 녹아있었다.  그러던중 스님이 마을로 음식을 구하러 혼자 내려가신 사이 엄청난 폭설이 와 한달이 지난후에야 겨우 그곳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길손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감이와 함께 암자를 찾아가자 기적적이게도 길손은 자신을 보살펴주던 탱화의 손에 의해 살아있었다.  그리고 길손은 부처가 된것이다.  물론 사흘뒤 길손의 장례식이 열리고, 감이는 기적으로 눈을 뜰수 있었지만 길손이 속삭여준 세상보다 못한 하늘과 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엄마를 그리는 남매의 모습이 곳곳에 묻어있는 작품이었다.  그들이 어디서 왔고 어떤연유로 그렇게 헤매게 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남매가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하는지는 절절이 와 닿았다.  길손의 죽음이 안타깝긴하지만, 탱화가 나타나 길손을 부처라 지칭하고 감이가 눈을 뜨는 장면은 웬지 좀 아쉽다고 해야할까.  감동을 깊이 느끼기 보다는 전래 동화를 읽어버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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