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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레바이 - 십자가를 만든 어느 목수의 고백
E.K. 베일리 지음, 선경애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종교서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종교가 없다는 것에도 기인하겠지만, 믿음이 없는 상황에서 종교서적을 읽다보면 이해를 하기보다는 웬지 책속에서 잘못된 점들만 찾아내려는 것 같아서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책들속의 가르침은 언제나 바른 것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어느 종교가 나쁜길로 빠지라고 인도하는 글을 써 내겠는가. 이번에 우연히 접하게 된 종교서적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내 눈을 조금은 비껴가게 만들었던 듯 하다. 마치 한권의 동화책을 읽은 느낌이랄까..
짤막한 글들과 그림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벤 레바이 라는 십자가를 만드는 목수의 고백이다. 봉제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시작한 제재소에서의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어버렸고, 제재소 주인이 죽게되면서 사업을 물려받아 나름대로 괜찮은 벌이를 하던 그에게 어려운 시기가 찾아들었다. 밥 먹고 살기도 힘들어진 레바이는 로마인들이 형틀로 만들어 달라는 십자가를 만들어 주기로 계약을 해 버린다. 여기서 레바이는 변명을 한다. 먹고 살아야 했다고,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했다고...... 예수님이나 믿음에 대한 이해보다 속물인 나는 인간적인 레바이의 마음을 이해할수 밖에 없었다. 믿음의 깊이를 헤아릴수 없고, 먹고 살아야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당면한 그의 선택이 잘 못되지 않았다라고 정의해 버렸다. 어째꺼나 그뒤로 계속 십자가를 만들어 내는 레바이는 어느날 예수님을 처단하기 위한 십자가를 만들고 십자가에 못 박히며 죄 없는 자신을 벌하는 그들을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자비를 느낌으로서 자신이 지은죄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레바이처럼 스스로의 죄를 깨닫는 이들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모든 거짓말쟁이들도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모든 도둑들도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모든 간음한 자들도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모든 교만한 자들도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모든 비방하는 자들도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를 만든 사람입니다.
책 구절중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우리모두가 요즘은 십자가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부분을 인식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자신이 짓는 짊의 십자가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모두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좀더 나은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종교서적이었지만, 그런 면을 배제한채 깨달음과 따듯함으로 읽기엔 괜찮은 책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