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3미터

하늘 위 3미터
페데리코 모치아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림원 / 2008년 6월

내 책고르기에 나쁜점중 하나가 표지나 제목에 엄청나게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표지가 조금이라도 이쁘면 책 소개 내용은 대충 훑어버리고 무조건 사게 되거나, 제목이 웬지 뭔가 있을듯하기만 하면 혹해서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물론 소개글을 완전 무시할순 없지만 이 책은 소개글도 역시나 장황했다.  게다가 처음 출판을 거절당하고 자비로 낸 책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고 아이들이 복사에 읽기에 이르렀다는 소개는 그만큼의 재미가 보장되고도 남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뭐랄까.  웬지 그 장황한 소개글과 이쁘장하고 편안한 듯한 여자의 표지와, 제목속에서 오는 신비스럽고 사랑스런 느낌을 와장창 깬 듯한 기분이 든다.  첫시작부터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이름들의 나열은 외국소설이니 각오하는 부분이지만 누가 얘길하는 건지 아니면 누가 듣는건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번역이 잘 못 된건지 작가의 글이 아쉬움이 남는건지........

 

동네 한다하는 건달들에게 훔씬 두들겨 맞은 스텝은 그날의 그 기분을 참지 못하고 헬쓰등록을 한다.  몇날 며칠을 칼을 갈듯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고 힘을 기른 그는 결국 자신을 죽자고 팬 건달을 딱 죽지 않을만큼만 때린다.  그리고, 정작 자신이 건달이 되어버린다.  오토바이를 타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미래에 대한 설계가 전혀없는 생활, 그리고 젊음의 객기로 뭐든 반항하고 보는 행동들, 우르르 몰려가서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기가 취미이자 특기처럼 보이는 이들....  하지만, 우연히 바비라는 모범생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모범생과 건달의 첫사랑이자 젊은날의 방황에 대한 얘기라고나 할까. 

사춘기시절 방황을 그다지 해본적도 없고, 스텝처럼 뭔가 반항적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바비의 모범생기질을 그대로 답습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시기를 보낸 나는 읽는내내 감정이입이 조금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스텝의 행동이나 그들의 모습이 "역겹다."라는 느낌조차도 없었다.  그둘의 만남으로 바비는 모범생이었던 자신의 답답함을 벗어던지고 스텝은 오히려 그 반대의 반항적 기질을 내던지는 상황을 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건지 아니면 맞지 않는 그들의 만남이 또한번 엇나가는 건지 헷갈렸다. 

 

기본적으로 만남과 사랑과 이별의 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책은 처음 밝혔다시피 제목에서 느끼는 약간의 배신(?)과 표지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도 판이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게다가 읽는 내내 불편한 기분이 드는건 책 내용때문이라기 보다 작가의 글이 웬지 몰입되기 힘듬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생각만큼 속도가 붙지 않았던 것도 그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째꺼나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