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도 절도(?)가 있다. 어린시절 밀감이 귀했던 그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밀감밭을 습격해 야밤에 덜 익은 밀감을 몇개 서리한적이 있어서 몇날 며칠 주인아저씨가 간혹 우리집에 놀러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불안스런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절도행위를 시도했으니 그때는 초등학교때 였던거 같다. 친구들과 우르르 한적한 구멍가게를 들어갔더니 주인이 없었다. 처음엔 물론 우리는 뭔가를 훔치러 간게 아니었다. 단지 그당시 유행하던 맛난 과자를 사먹기 위해서 였고 충분한 돈도 들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주인이 없었다. 참 사람 심리라는게 알수 없는것이 뭔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뭔가 특별히 갖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주인이 없다는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손안에 작은 껌한통씩을 들고 나왔고 껌값은 지금 몇십년이 지나 공소시효(? ㅡ.ㅡ;)가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갚지 못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 가게는 지금 문을 닫은지 한참이라고 한다. 설마 우리의 그 한번의 도벽탓이라고 말할수 없지만 아직까지도 찜찜함으로 남아있다. 그때 우리가 분명 배운 교과서 내용대로라면 우리는 돈을 들고 주인아줌마에게 찾아가서 잘못을 빌고 정당한 댓가를 치뤘어야 했다. 그러면 아줌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게 교과서의 정석이리라.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사과라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을 고백한다. 여기 우리 주인공 꼬마는 우연히 국어공책을 사러 문구점에 들렀다가 자신도 모르게 빨간지우개를 손안에 들고 나오게 된다. 덕분에 사고자 했던 국어공책은 사지 못하고 엉뚱한 공책을 사오고 말았다. 숙제도 하지 못하고, 평소같으면 다정하게 동생이랑 장난치고 놀았을 주인공은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친구와 매미를 잡으러 갔다가 그 지우개 생각만으로 마음이 무거워 화풀이를 매미에게 한다. 매미의 날개를 죄다 뜯어버린것이다. 그리고 밤새 꿈속을 헤맨다. 매미가 빨간색으로 변해버리고 날개들은 없어져 버린...... 게다가 문구점 아줌마까지 나오는 그야말로 악몽을 꾸게 되는것이다. 결국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고 포근히 감싸안아주는 엄마와 함께 문구점에 가서 용서를 빌고 마음이 밝아진다. 언뜻 읽으면 뻔한 스토리이고 뻔한 내용같지만 이런일을 겪었던 나는 읽는 내내 "공감,공감"을 외쳤다. 동화책이지만 웬지 내 마음의 묘사를 너무나 잘해준듯해서 감탄사를 연발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잘못을 뉘우친다는 내용이고 그것을 보듬고 감싸준다는 얘기지만 경험속에서 그 용서를 빌지 못한 나는 이책속에서나마 그 어린시절 잘못을 용서비는 느낌을 가져봤다.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공감가는 내용으로 씌여진 책이 너무 재밌게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 시절 주인공 소년처럼 악몽을 꿨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것은 확실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