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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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제목을 보고 맨 처음 생각한것은 혹시나 뭔가 여행기를 그린 얘기인가 했었다.  늘 여행을 꿈꾸지만 실제로 떠나보지는 못하고 맘뿐인 여행길...... 그 길에 대한 지침서로 나를 어디론가 떠나고싶게 만드는 여행서인가 잠깐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책 첫머리부터 아들과 주인공은 길을 떠난다.  어딘지 큰 목적지가 있는것이 아니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왜 떠나냐고 묻는다면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라는게 유일한 답변인 아버지.  하지만, 실제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그런 대답보다는 죽지 못해 떠나는것이라고 해야 옳을것이다.  폐허가 돼 버린 도시들,   타 죽은 자들의 잔해,  먹을거리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어쩌다 발견한 비상식량들은 죽지 못해 살아남은자들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처절한 현실.  그렇게 지구는 멸망해 가고 그 위를 주인공인 남자와 아들이 걷고있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길을 걷고 헤매고, 먹을것을 구하는 것으로 온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어버리는 잔혹한 현실속에 그것만은 피하고자 서로가 서로를 피해다니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진다.  그러나, 어디서나 아이들은 천사라고 했던가?  자기 또한 살기 힘들지만, 길에서 만난 헐벗은 아이를 구해주지 못한것에 아들은 마음아파하고, 연세많은 할아버지에게 먹을것을 주자고 아버지를 조른다.  처음엔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결국 남자 역시 아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조금 나눠준다.  그러나, 조금일 뿐이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도 나눌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오히려 죽어있음을 감사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

얘기는 왜 지구가 망해가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언제부터 그런 멸망의 기운이 시작되었는지 시대적인 어떠한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이며, 서서히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만 할뿐이다.  한없이 걷고, 폐허화된 곳을 지나고, 먹을것을 찾는것으로 거의 모든얘기는 채워져 있다.  딱히 얘기가 지루하다고 할순 없지만 또 역시 크나큰 변화는 없다.  따옴표와 괄호가 없는 얘기글 속에서 어떤게 진실이고 허구인지 나 자신 조차도 감을 잡을 수 없는 얘기들이 펼쳐진다.    잔혹한 얘기일수 있고, 미래 우리가 짊어져야 할 얘기일수도 있어 책으로 읽을수 있는 허구일 분이라고 치부하기엔 생각할 거리가 많다.  하지만, 그 깊이를 알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들이 걷는 이유를 모르듯 나역시 이책을 읽어가는 이유를 모르게 만드는 그런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막한 현실...... 어쩌면 이 책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살아 남았는가? 

처음 생각했던 얘기와는 완전 딴판의 책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보게 만든 책이긴 하다.  대재앙에 대한 미래를 본 듯한 섬뜩한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