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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고전 읽기를 한창 좋아하던 나는 우연히 "오만과 편견"을 읽고 제인오스틴의 팬이 됐다. 그래서, 그녀의 모든책을 찾아 읽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낸 책이 "이지와 감정(이성과 감정이라고도 번역된)" 된 책이었다. 그런데, 고전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을까? 번역을 엄청나게 잘못한 출판사 덕분에 그녀의 책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특히나 요즘처럼 고전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제인오스틴이라는 이름만을 기억한채 그녀의 책 읽기를 소홀히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녀의 팬이었고 오만과 편견 속 주인공은 내 삶속의 색다른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녀의 얘기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맨스필드 파크"라는 영화를 보며 19세기 시대의 사랑 얘기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그녀의 책 만큼 수없이 영화화나 드라마화 된 작가가 없는걸 보면 역시나 내가 좋아하지 않고 배길수 없는 작가라는 생각에 다시금 그녀의 책을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대놓고 "오스틴랜드"를 자처하는 책이 나오다니......이제는 가물가물 해지는 "오만과 편견"속 주인공들 얘기지만 아직도 그들의 줄다리기 감정과 닿을듯 말듯한 사랑의 얘기들이 가슴 설레이게 하는 제인오스틴만의 필력을 그대로 답습한듯한 책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실 흥분하기엔 충분했다.
잠깐 스치는 남자에게도 사랑이라고 이름짓고 스스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며 남자 만나기를 꺼리는 순진하다 못해 바보처럼 보이는 우리의 제인. 그녀는 "오만과 편견"속 다아시를 꿈꾸며 세상에 대한 남자들의 미련을 여과없이 버리기로 한다. 그런 그녀에게 재산많은 대 고모님이 제인오스틴의 작품에 흥분하는 공감대를 느끼며 돌아가시기전 유언과 함께 그녀에게 특별한 휴가건을 유산으로 남긴다. 마치 19세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영국의 세상속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모든것은 현대에 머물러 있지만 오직 그곳만 오만과 편견 속 주인공이 살았었을 법한 19세기 양식의 대저택. 그리고 그속에서 예전 그 모습들을 연기하는 연기자들.. 처음 얼마간은 그 안에 녹아들지 못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워 하던 제인도 이제는 마치 무대위의 배우처럼 완벽한 19세기의 여행속으로 빠져들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정말 다아시를 닮은 노블리씨. 정원사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녀를 그의 매력에서 벗어날수 없게 만드는 마틴...... 모든것이 거짓이지만 그녀는 그 여행속에서 환상의 다아시를 찾아 헤매는 동시에 가벼운 사랑에도 상처받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제인으로 태어난다. 과연 그녀 앞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것인가? 그리고, 현실속에서도 19세기 사랑이 이어질것인가?
책을 다 읽고 책을 손에 놓은 순간 나는 마치 다시 제인오스틴의 글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글을 그대로 답습하고, 그녀의 책속 내용들을 곳곳에 드러내며 제인오스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쏟아낸 저자는 두인물이 아니라 한 인물처럼 우리에게서 사라진 제인오스틴이라는 작가를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었다. 마치 샴 쌍둥이의 글처럼...... 그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지닌 나이기에 다시 살아난듯한 제인오스틴의 글같은 느낌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섀넌헤일은 제인 오스틴이 아니지 않은가...... 책속 새로운 오만과편견을 만난 기쁨은 컸지만 제인오스틴의 글을 괜스레 우려낸 기분이 드는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