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후안 데 파레하 - 신분을 초월한 사제지간의 우정과 예술이야기
엘리자베스 보튼 데 트레비뇨 지음, 김우창 옮김 / 다른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들었을땐 솔직히 아무생각이 없었다.  책표지가 맘에 들었고, 무슨 내용인지 대충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한 행동은 맨 앞 표지로 돌아와 책 제목을 외우는 일이었다.  책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쉽게 외우고 기억하는 편인데 이책은 작가도, 책 제목도 무척이나 머릿속에 남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책에 대한 애정도나 내용이 뒤진게 아니다.  그냥 이름이 어려웠다..  책 제목도 결코 입에 쉽게 감기는게 아니었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에야 착착 입에 감기고,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하지만 처음 한동안은 제목을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까지 사로잡힐 정도였다.  외국이름이라고 하더라도 아무튼 좀 어렵다..

 

벨라스케스라는 실존인물인 화가의 얘기속에서 모티브를 찾아 새롭게 얘기를 풀어나간 이책은 읽어갈수록 정말 소설이라기 보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그 시대에 노예와 주인이라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신뢰, 믿음이 공존하는 두사람만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노예로 태어나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은 귀족부인이 밑에서 글도 배우고 심부름을 하던 파레하는 주인이 죽고, 부인마져 전염병으로 죽자 부인의 친척인 벨라스케스에게 재산과 함께 보내지게 된다.  노예이기에 인간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주인을 찾아나서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노예라는 사실이 그를 인간이하의 대접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생생하게 보여지는 노예로서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듯한 느낌에 조금은 몸서리를 쳤던 것 같다.  어째꺼나 고생끝에 도착한 곳에서 벨라스케스라는 화가인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인 것이다.  말은 많치 않으나 자신에게 따듯함을 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파레하.  하지만, 그에게도 화가로서의 욕망이 있었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노예가 그런일을 배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숨어서 몰래 공부를 하던 파레하는 결국 발각되게 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주인이 있었다.  그들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우정속에서 새로운 얘기들이 피어나오고 작가의 상상속에서 잊혀져간 그들의 모습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책을 덮은후 벨라스케스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검색을 했더니 인상파의 주춧돌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새로움에 대한 도전으로 가득했던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책속에서 읽은 인물과 매치가 될듯도 하고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기도 해서 색다른 기분으로 와 닿았다.  그들의 신분을 넘어선 우정을 감동으로 느끼며 책을 덮을 수 있어서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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