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손에 들고 휘리릭 넘기면서 괴상망측한 그림들이 난무하고 아무 의미없이 끄적거린듯한 글씨들을 보면서 뭔 낙서질인가 했었다. 물론, 난 인터넷에 있다는 "이다"에 관한 어떤 얘기도 알지 못하고 들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순간까지도 도대체 제목에 대한 의미마져 간파하지 못했다. 단지 책소개글을 보면서 호기심이 발동했고 카툰이나 짤막짤막한 글들을 읽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럭저럭 괜찮게 와 닿을듯한 작품이고 생각없이 읽으면 시간때우기는 좋다는 안일한(?) 느낌만 가지고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순간 난 킬킬댔던 내 자신의 웃음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 대고 있으며, 깊이 생각했던 고독에 같이 몸부림 쳤고, 사소한 공감속에 오는 동질감으로 이다의 팬이 돼 버린 느낌이다.
인터넷에 입소문을 타며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으로 일기를 쓰는 이다.
그녀는 실제 자신의 모습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고 자신의 내면속에 든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마녀사냥식의 네티즌에게 쓴소리도 하고 말을 쏟아내매 있어서 비속어가 난무하며 그림들도 어둠을 상징하거나 좀 징그럽다 싶을 정도의 그림들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서 그만큼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그런 모습이 정겹다. 괴상한듯 하고, 괴팍한듯한 그림의 자화상 이다의 모습이 실제 이다의 모습과 비슷한거 같아서 그 모습에 정이가고, 실제 우리생활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과감없이 드러내 놓기에 오히려 내 자신의 모습이 그렇치 않나 라는 공감대 형성으로 더 깊이 와 닿는다. 심지어 비속어 사용조차 우리 실생활과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와~ 그래 이제까지 이렇게 시원스레 드러낸 책은 본적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스럽다. 그렇다고 비속어가 심한 욕설이 난무하다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들이 쉽게 주위서 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기분나쁘지 않는 웃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다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웃음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킬킬 거렸는지 모른다. 이다의 그림이 우울하다고 하지만, 내가 본 이다의 그림은 우울보다는 실생활에 가까운 사실 그 자체를 그린 밝음이 전해져 온다. 물론 그 속엔 자신의 우울과 슬픔 그리고 자신감 상실에서 오는 좌절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이다의 그림과 일기 내용은 웃음과 밝음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건 어떤 의미일까?
20살부터 시작된 그녀의 일기들이 차츰차츰 생명력을 받아가고.. 그시절 내가 겪었을법한 생각들을 그림과 글들도 진솔하게 쓰여진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이다에게서 발견했다. 그때 그 시기에만 느낄수 있는 이야기들..게다가 나와 다른 모습의 이다의 자유로운 생각들. 미쳐 고민해 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쏟아내는 이다의 글속에서 난 이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만다.
우아한 할머니의 모습, 그러나 왜 그 우아한 모습의 할머니 손등엔 오이가 붙어 있었을까? 샌들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새끼발가락과의 교묘한 신경전, 그리고 사랑니를 뺀 자국에 옥수수가 끼어서 쌩쑈를 버리는 이다의 모습에서 난 어찌나 웃음을 터트렸던지.......
책을 읽고 난후 난 푸하하하 거린 나에게 유쾌함을 준 이다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있는 고독보다는 웃음이 큰 이다를 기대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에 고민하지만 결국 이다는 해낼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하고 있다. "이다 우리 모두가 불투명한 미래에 사는거야. 그래도 다들 아무렇치 않은 가면을 하며 살아가듯이 우리도 같이 살아가 보는거야. 이다 그리고 미래를 사는 우리 모두 화이팅" 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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