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빙화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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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실컷 울어보는 것도 좋았으련만..  나이들수록 책을 읽고 눈물 흘리는 감정이 조금씩 메말라 가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의심을 해본다.  어릴때는 작은 글 한줄에도 주루룩 눈물이 흘렀던것 같은데 이제는 웬만한 감동이 아니고서는 울고자 해도 눈물이라는것이 있기나 한건지 의심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종이 한장을 꺼내들고 눈물 한방울 찍어낼수 있는 책을 만나긴 한것 같다.

 

얼마전 현 시대의 교육정책을 비판한 책을 읽고 대만도 우리나라와 별반 틀릴것 없는 그런 아픔을 지닌채 살아가는구나 라는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면, 이번에 읽는 책 역시나 없는 지겹게도 가난한 살림속에서 어렵게 자식을 키우고 공부를 하며 살아가는건 과거 우리민족들이 지나온 삶이나 똑같다는 것을 다시한번 더 자각했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다 거기서 거기란 말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과 뭐가 다른가..

 

여기 고아명이라는 초등3학년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밝은 소년이있다.  그리고, 그 소년을 돌보며 집안일도 열심히 하는 초등6학년의 누나 고차매가 있고, 우연히 잠깐 동안 그들이 있는 학교로 임시교사직을 맡게된 곽운천 선생님이 있다.  어느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고아명의 휘황찬란한 그림을 오로지 곽운천 선생님 한분만이 대단하게 생각하며 곧 있을 현 미술대회에 출전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곽운천 선생이 생각하는것처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세우기 좋아하고 일등이 되길 바라는 지주 임장수 아들 임지홍을 출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결국 어린 고아명은 상처를 받게 된다.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주고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던 선생님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한 고아명은 곽운천 선생님이 주신 크레파스를 모두 부러트리면서 세상에 대한 미움이 쌓이지만 그런 고아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곽운천은 현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닌 세계 어린이 대회에 그림을 출품할수 있는 기회를 아명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이제나 저제나 그 소식을 기다리던 그들앞에 갑작스런 곽운천 선생님의 사직소식이 들리고 고아명이 그렇게 고대하던 세계대회 특상을 받는날 우리는 슬픈소식 하나를 더 접하게 된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특상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들어보지도 못한채 눈물로 세상에 대한 가난에 대한 아쉬움을 부르짖는 듯한 고아명의 슬픈 죽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픔이었기에 더 컸고, 그것이 가난이라는 이유이기에 더 아팠다. 

 

중간중간 아이들을 위한 책인지라 번역이 아이스러운건지 아니면 좀더 매끄럽지 못한건지 조금 껄끄러운 이어짐이 있긴했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동심으로 돌아간듯 한 생각도 들고 개구쟁이 아명이 귀여워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곽운천 선생님과 임설분 선생님의 수줍은 사랑얘기들을 보면서 나이든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아명의 죽음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마치 내가 아명이를 살려주지 못한것 같고 도와주지 못한거 같아서..  웬지 내가 죄인인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유를 모르겠지만 웬지 그랬다.  아명을 좀더 피게 해줄수 있는 천재를 만들어 줄수있는 그런 안타까운 기회를 버린것에 대한 아픔이라고 해야할지...아니면 천재를 이해해 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모습때문이라고 해야할지....

 

아명아..그곳에서는 너의 천재성을 마음껏 펼칠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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