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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죽음대역배우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시시때때로 죽음을 의식한다. 꼭 의식할 필요조차 없지만 문득 문득 느껴지는 음습한 느낌과 공포가 나에게 죽음을 의식하게 만든다. 현대의 삶속에서 그런 죽음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작은 사건 하나속에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누군가 끔찍하게 죽었다는 소식에는 기절할만큼 떨게되는 세상에서 과연 누가 죽음을 의식하지 않은채 살아 갈수 있을까?
여기 죽음에 너무나도 익숙한 한 소년이 있다.
잠을 자면 숨도 쉬지 않고, 핏기도 없으며, 심장박동마져 느껴지지 않아 의사마져 사망으로 진단을 내려버리는 소년. 그리고, 그 소년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죽음의 냄새에 몸서리를 쳐야하는 평범함을 추구하는 소년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 소년을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그럴수 조차 없다. 그만큼 그 소년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너무나도 진하게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해 버렸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남들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안겨주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남들의 시선이 없는곳에서 살고 남들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 움직이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명한 영화감독의 눈에 띄이게 되고 그를 발견한 감독은 그에게 "죽음"이라는 의미의 모리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드라마 속에 죽음 대역으로 간간히 0.01초간 내보낸다. 그 파장은 생각보다 컸으며 드라마의 시청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처음엔 모리에 대해 두려워 하던 이들이 점차 그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모리를 돌보며 같이 생활하던 종필이라는 인물도 두려움보다는 연민이 강해 모리를 버리지 못한다.
어째꺼나 죽음 대역 배우로 준비를 시작하던 모리는 이제 곧 사람들과 소통하고 평범하게 살아갈수 있을거라는 기대만이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날아든 소식은 뜻밖에도 감독의 죽음이었다. 와르르 무너지는 꿈속에서 또다른 길을 모색한 종필과 모리는 죽음을 재연한 사진으로 새로운 성공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그 끝은 기이하게 내뿜는 모리 자체의 죽음의 냄새를 없애지는 못했다. 과연 순수한 생각을 가진 모리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질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참 특이한 소재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또한 너무나 흔한 소재라는 느낌도 들었다. "죽음" 어디서나 우리는 그 단어를 입에 떠올리길 꺼려하고 생각은 하지만 웬지 두려워 입밖에 내기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 물론 살아가면서 그 죽음을 잊고 살지만 문득문득 일깨우는 일들이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책이 무조건 죽음을 암시하며 암울하다거나 무서운것은 아니다. 단지 죽음과 가까이 다가간 삶속에서 죽음속에 묻혀있는 한 소년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의식은 하되, 그 죽음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활의 한편으로 바라보며 가볍게 스치듯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모리는 태어남은 불행이었고 그를 보는 것조차 두려움과 무서움 그 자체였지만 그 자신으로 우리는 우리모두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는 가볍게 생각하면서 자연스러움을 깨닫게 되는듯 했다.
모리..과연 그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우리에게 또다른 생각을 깨우쳐 줄까...
책속의 주인공은 신선하지만, 주제는 왜 "인생"이라는 느낌이 드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