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티볼리의 고백을 듣기전 내가 먼저 고백하자면 첫시작부터 "설명해야할 시신이 하나있다." 라는 글에서 "컥" 하며 책을 덮고 싶었다. 스릴러물을 좋아하고 재밌어 하긴하지만 웬지 야밤에 책을 펴든 나는 무서움이 먼저 찾아왔다. 도대체, 뭘 고백한단 말인가..
게다가 일단 시신이라는 단어로 기선제압을 하다니..... 이건 정말 '에잇~다 거기서 거긴 소설'로 치부하며 책을 펴든 나에게 충격 한방 크게 먹인 경우다. 그리고, 계속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갈등이 잠깐 몇초 사이에 있었던듯 하다.
책의 설명으론 뭐 그렇게 무서운 얘기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뭣보다 표지에서 슬픈표정을 하고 있는 소년에 대한 이상한 끌림이라고 해야할지 안타까움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감정들이 나를 책을 놓치 못하게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째꺼나 서서히 서두부터가 강했던 얘기는 중간을 갈수록 어? 어? 라는 놀라움과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늘 새로운 얘기들을 접하고 읽어가지만 거꾸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의 얘기라니... 이런 기발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정말 신기한 얘기였다. 물론, 그런일을 실제 겪는 책속의 주인공에겐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놀라운 얘기를 엮어내는 새로운 책들에 나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70대 노인의 나이에서 세월이 갈수록 젊어지는 주인공.. 그러나, 거기에 한 여인이 있다. 여인이라고 하기에도 어린 소녀 앨리스..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꾸로 나이를 먹어가는 불행한 한 소년(?)의 아픔이었던 것이다.
너무 사랑한 마음에 키스를 하게되지만 그에 반해 놀라고 만 앨리스는 그에게서 도망친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 노인에서 이젠 점점 젊어지고 있는 시기에 다시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평범하게 사랑이라는 것에도 자신의 마음을 열수 없었을 주인공의 아픔이 나에게 닿아오는것 같아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나이가 어려진다는것..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것이다.
"얼마나 좋아. 세월이 갈수록 젊음을 유지한다는거. 정말 행복할거 같애" 라고..하지만, 그 삶이 거꾸로 라면 과연 그렇게 쉽게 말할수 있을까? 남들과 다르게 살아간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얼마나 아픈일인지 알수 있을까?
솔직 말하면, 나도 그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에는 감정이입이 되지만 그것도 읽고나면 끝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일이 있다하더라도 동정을 보내는 정도밖에 되지 못하리라..
늘 내가 꿈꾸는 삶이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아주 쉬운일인거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걸 잘 알기에 난 늘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이 뭔지는 모르지만 주인공에 비한 삶이라면 지금의 내 삶은 평범이라고 자부할수 있을듯 하다. 주인공의 아픔이 불행이지만 나는 그속에서 평범의 기쁨과 지금 주어진 나의 일상을 기뻐할수 있는 행복을 찾았다. 그의 고백에서 나는 행복을 찾아 낼수 있었으니 어쩌면 그의 고백이 나에게는 나를 다시 한번 더 돌아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책속의 맨 첫번째 글이 이토록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깊게 와닿았던적은 실로 오랫만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