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꾸물꾸물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활달한 성격에 비해 많은곳을 여행해보지 못했다.  게다가 그것도 외국여행이라니.......  그래서, 남들이 외국물 한번쯤 먹고 왔다고 하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물론 까짓 마음먹고 가보자고야 한다면 일단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중국부터 시작해도 무방할테지만 여전히 나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동경보다 이불속에서 읽는 세계의 구경이 더 좋은가보다.  여전히 가방을 꾸리지 못하는 걸 보니.......

 

레닌하면 떠오르는건 "공산주의"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 그야말로 나는 그에 대해 문외한이고 그저 공산주의는 나쁜것이니 더 깊이 알 필요가 없다는 보수주의 그리고 그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의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읽고 싶었던건 레닌이 지금 이시대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특히나 공산주의가 몰락해 가는 시점에 그가 가진 시선의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책을 덮는 순간 느낀건... 레닌에 대해 자세히 다뤄지지도 않았고, 그에 대한 얘기보다 러시아의 각 지역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져서 그에 관한 책을 카트에 담았다.  언젠가 그에 관한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저자는 작가이기도 하고 사진가이기도 한, 일단은 사진에 더 치중한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곳곳에 묻어나는 러시아속의 모습이 떠나보지 않은 나에게도 그곳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점점 몰락해가는 공산체제에서의 모습,  상업이 물든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부다페스트 등등 러시아의 모든곳을 담아낸 모습이다.

 

시작은 레닌이 있는 각각의 동상모습들이다.  어딘가로 나가자고 손을 치켜든 모습.  그리고 투쟁하자고 연설하는듯한 모습.  어딘가 먼곳을 향해 있는 듯한 시선을 둔 모습등 각각의 레닌동상이 러시아에는 아직도 존재하고 그 동상을 거점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공산체제에서 벗어났다곤 하지만, 아직도 완전하게 자본주의에 물들지 못한 나이든 어른들과 빠르게 적응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의 사진속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시절 건물과 지금 현대의 건물이 오묘하게도 조화를 이루며 담겨진 사진속에서는 현재의 러시아 모습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2004년부터 2006년 정도의 여행을 기점으로 씌여져 또 몇년이 흐른 지금은 러시아가 얼마나 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바람이 결코 거세거나 강하다는 느낌보다 서서히 변해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책속의 글에서 그리고 사진에서의 여유를 같이 보는 시선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한 러시아이긴하지만, 그 변화가 생경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문득문득 우리 조상들의 모습도 발견되는것이 과히 놀랍기까지 하다.  하긴 카레이스키 라고 하는 조선인이 러시아 주위 여러곳에서 살아왔는데 전혀 우리와 상관없다고 할순 없으리라.  그리고, 서양의 외모를 지녔으면서도 웬지 우리와 멀어질수 없는 지리적인 모습들로 다민족이 형성되는 곳이기도해서 새롭기도 한 동시에 우리와 과거로부터 떨어질수 없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여행기였다.

 

떠나보지 못했기에 더 부럽고, 가보지 못하기에 더 열망적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들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덕분에 이불속에서 러시아 곳곳을 기분좋게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나도 언젠가 베낭하나 둘러메고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레닌동상앞을 거닐어 볼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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