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정의의 칼날은 무엇인가.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나는 지금 혼란한 상태에 빠졌다.  정확히 꼬집어 공황상태는 아니지만, 어떤 결론을 내려야할 시점에 있다면 결국 난 어떤것이 정답인지 그리고 무엇이 정의인지 답을 내릴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히가시노게이고라고 하면 너무 유명한 책들도 많치만 난 이상하게도 그의 유명한 작품들은 접하지 못하고 그 유명세에서 조금은 뒤쳐진 책들을 몇권 읽은듯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도 못되고, 그가 가진 추리다운 추리도 그다지 느끼지 못했으며, 블랙코메디로서 읽게된 몇권의 책으로 그가 추리소설가인지 블랙소설가인지 가늠도 못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이번에 읽은책 역시 추리소설이라고 이름지을수 있는 것은 못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기대했던 나에게 '이런 실망스러운일이란' 이라고 한탄하며 아쉬워해야 옳치만 그보다는 '와우, 이런 난 어디에 손을 들어야하지?' 라는 갈등에 빠져있다.  제목과 내용이 너무도 절절히 와닿는 느낌.  정말 어디에도 정답이라고 할수 없는 칼날을 꽂을수 없는 말그대로 방황하는 칼날들이 춤추는 기분이다.  일단 히가시노게이고의 추리소설 두어편과 블랙코메디소설 두어편, 그리고 사회성 짙은 이번책까지.. 그가 가진 역량들을 조금씩 조금씩 접해가고 있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면서 그가 가진 이야기들이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완벽히 그를 이해하진 못한것이 점점 더 그의 매력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음을 시인해야겠다.

 

청소년이란 테두리는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다 자란 우리들이 그들을 보호해야하는것이며, 그들을 교화시킴으로서 또다른 새로운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한다는 무언의 압력과 함께 당연하게 얘기되어지는 꿈과 희망의 미래로 정의된다.  무슨잘못이든 청소년의 잘못은 우리 성인들의 탓이며, 우리가 제대로 가꾸어 놓치 못한 것들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문제들이며 성인들이 고쳐나감으로서 청소년들 역시 성인들을 따라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것이라는 생각들.. 그건 성인이라면 어느누구나 한번쯤 가진 의미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소년이라고해서 교화할 여지가 있다고 해서 정녕 그들을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모든것으로 용서해야 하는것인가?

 

여기 평범한 가정의 소녀가 있다.  우연히 불꽃놀이 구경을 갔다오다 학교를 자퇴한 남자아이 셋에게 성폭행의 피해자로 유괴되고, 온몸이 유린당하며 결국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에마.  그리고, 그로 인해 철저히 파괴되어지는 그의 아버지...

자식의 죽음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그가 직접 비디오속에서 딸이 마치 살아있는 시체마냥 유린당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리고 그 분노의 감정을 지닌 시기에 때마침 자신의 딸을 난도질한 소년을 보게된다면.....결국 그는 자신의 분노를 극한으로 표출하고 만다.  그러나, 그 한명의 복수로서는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다할수 없음을 느낀 그는 또다른 한명을 향해 복수의 길을 택하는데...

 

물론, 법이라는 테두리가 있다.  그리고, 법이 그 범죄자들을 잡아서 처리해줄수 있다.  몇년형을 선고받고, 몇년을 복역하고..그리고, 자숙의 시간으로 풀려나오고.. 하지만, 그게 청소년이라면?  그들은 교화해야할 우리의 미래이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청년으로 태어날수 있기에 그들에게는 성인들에 비해 적절한 법의 심판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이 지은죄를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 빚을 갚는 심정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으며 다시 살아날수 없는 자신의 자녀라 할지라도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가셔지리라.. 그러나, 반성이라곤 전혀없이 단지 노는것에 빠져, 단지 데리고 놀고싶다는 생각에 무념무상 즐기기 위해 살아가며, 피해자 가족은 아랑곳없는 청소년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 대처해야하는것인가?

 

사실 이문제는 너무도 민감한 부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래 난 주인공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어" 라고 외쳐보지만, 그 반대 급부도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복수를 눈감아 줄수는 없다." 라는 형식적인 대답..  하지만 부모의 마음, 그 가족의 마음을 이해할수 밖에 없는 인간적인 도리..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고, 책을 덮는 순간에도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었음을 시인해야겠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글을 쓰면서도 난 어느쪽이 진정한 정의이며, 어느쪽의 편으로 거수해야하는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나는 방황하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과연 그 답이 찾아질수 있을지 알수는 없지만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이번 책은 너무 많은 시험문제와 너무 많은 답을 그리고 답이 없는 답을 생각해내게 하는 색다른 책이다.  그의 깊이가 알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