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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책표지도 좋고, 책종이질도 너무 좋아서 책 읽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종이 한장한장에 신경쓴 책이라면 언제 읽어도 행복할듯 하고 돈주고 사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을듯 하다. 그리고, 내용도 아하~하는 내용과 공감가는 내용이 많으니 괜찮을듯 하지만 조금 억지전개가 눈에 띄는부분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째꺼나, 호우원용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단박에 이분의 팬이 된것같은 기분이 든걸보니 그의 글쓰는 느낌이 나와 제법 맞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단 이분의 다른책을 카트에 담아놓고 얼른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무거운 내용을 가벼운 터치로 그러면서도 읽다보면 가벼움에서 깊은 뭔가의 울림이 들리기에 좋아한다. 그런데 대만소설이라... 정말 생소한 부분에 대한 도전이 먼저 내가 이책을 읽게 만들었고, 호기심이 그랬고, 메인 페이지의 고뇌하는 소년의 모습이 나를 당겼다. 그리고, 대만소설은 나에게 어떤 부류로 와닿을까? 하는 조그마한 떨림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앞에서 약간 언급했듯 이책은 대만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류의 느낌을 갖게 한다.
세상의 일은 커져가지만 주인공 자신은 웬지 먼곳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 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바쁘게 움직임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느낌... 주인공은 그자리에 있는데 주위사람들이 움직인다. 마치 주인공이 정지된 화면에 그대로 서있다면 주위에 바쁜이들이 엄청나게 빠른화면으로 스쳐지나가는듯한 화면을 보는 느낌이랄까..
일단 시에정지에는 반에서 3등을 하는 그야말로 성적지상주의의 세상에서 보면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다. 단지 그저 담임선생님의 수학 수업시간에 호기심이 발동해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생추어리"라는 만화책을 본 가벼운 개구짐을 지닌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그런 정지에에게 담임은 조금은 악의(?)가 섞인 마음으로 교실밖에서 일주일간 수업을 받으라는 처벌을 내린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시에정지에이기 때문에... 자신은 절대 웃기려고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다른이들의 오해를 사게 만들어 피식거리는 웃음을 주게되는 시에정지에이고 그래서 담임의 얘기를 웬지 우습게 만들어 버리는 학생인데다 자신이 하는 방과후 과외수업에 유일하게 빠지는 학생인 시에정지에이기 때문에..
어째꺼나 얘기는 그렇게 가볍게 시작됐다. 3일정도 바깥에서 수업받는걸 엄마가 알게되고 교장선생님이 알게되고..그러면서 일은 점점 커지게 된다. 만화책을 봤다는 이유로 바깥에서 수업을 받는것에다 담임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사실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되고, 그 이유가 담임의 과외에 참여치 않은 이유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중학생 소년의 싸움에 관심을 갖게 되는것이다.
대만의 교육현실을 꼬집고, 사회상을 꼬집고, 일은 점점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보다 커져만가고 심지어 교육부장관까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왜 일이 이렇게 왔는지 스스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자신은 그럴의도가 없었고 대만 전체 학생의 기분을 대변할 뭔가를 가지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점점 그 일속에 휘몰아 들면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뭔지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된다.
얘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도 우리나라 현실의 교육과정을 닮아있어 이게 대만소설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소설인지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의 참담함을 그대로 고발하는 책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정도였다. 유별나다면 유별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실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사교육비가 몇십조를 향해가고, 그 교육비 충당을 위해 엄마가 파출부를 나간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와 학교수업만으론 안된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공부에 매달리고 뛰어놀 생각은 꿈꾸기조차 힘든 현실.. 무조건 좋은대학, 일류대학만 가면 그게 정답이 되어버리는 현실..그리고 그게 삶의 종착역인것처럼 되어버린 우리나라 교육을 비틀어치기 한 그대로의 소설...
읽는 내내 왜 제목이 "위험한마음"인지 차츰차츰 이해하게됐다.
시에정지에의 가벼운 행동에서 시작된..그리고 본격적인 지금 현실의 교육실태와의 싸움을 보면서 그게 정말 옳은일이고 정답이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해달라는 요구가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것에 동참할수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그래서, 옳치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마음"인 것이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서 변화를 해서 싸우지만 결국은 쳇바퀴 돌듯 제대로 개혁됨이 없이 그자리 그대로 돌아와 버리는 현실속에서 조금의 의구심도 의문점도 가지면 안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그대로 살아가는것이 "착한마음"이고 그에 반하는 건 정말 "위험한 마음"인것이다.
읽는 내내 일이 커져가는 연계성이 조금은 억지다 싶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교육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흔적과 주인공의 성격이 잘 묘사돼 있어 약간의 억지스러움은 넘어가기로 했다.
호우원용....이 작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될것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