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쥘 르나르 지음, 연숙진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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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입을 시작하면서 나는 자꾸만 매년 크리스마스에 꼭 봐야만 했던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컬킨이 생각났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나쁜 소년으로 찍혀버렸던 소년..  그래서, 온 가족 친지가 여행을 떠나면서도 케빈이라는 소년이 다락방에 갇혔는지 조차 까먹어 버린 어이없는 현실속에서 오히려 초반 가족이 없어졌음을 기뻐하던 케빈의 모습..  가족에게 그만큼 그 케빈은 가족으로서의 구성원으로서 크나큰 기대감이 없었고, 존재감마져 없었다.  물론, 잠시후 엄마가 기억해내긴 하지만 결국 초반의 버림받아짐은 영화속의 한 장면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악동으로 그려진 케빈의 안타까운 면이 서려있는 유머있고 재밌는 영화지만 또한 마음이 아픈 영화이기도 했다.  그런 케빈이 나는 이책을 읽는 내내 생각났다.

 

주인공 홍당무와 케빈의 이미지가 조금씩 겹쳐지는 느낌..

하지만, 기본적인 틀이 틀린건 "나홀로집에"의 케빈은 자신의 엄마가 기억해 낼 만큼 엄마의 사랑이 기억되어지는 아이지만, 홍당무는 마치 주워온 자식인 마냥, 아니 그보다 못한 취급을 자신의 친엄마에게 받는 아이였다.

조금씩 반항을 시작하는 형에게는 꼼짝못하고, 첫째는 딸이라는 이유로 어려운일 궂은일 시키지 못하고, 빨갛다못해 불이 날것같은 머리카락과 못난 얼굴을 가진 홍당무는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아이였다.

모든 험한일과 힘든일, 징그러운일은 당연히 홍당무의 몫이었고 홍당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조차 저질렀다고 꾸며내기도 하며, 다른 자식들과는 다른 창고방에 혼자 잠을 재우는 엄마. 

왜 첫째, 둘째, 세째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극도로 달라야만 했을까?  우리나라에선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을정도로 모든 자식에 대한 사랑이 공평함을 일깨워주는 얘기도 있는데 고작 세손가락인데 그 사랑마져 편견과 편애로 가득하다니 정말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같은 자식이지만 누구는 좀더 귀엽다거나 누구는 좀더 사랑스러울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적당한 정도의 차이이고 자신의 친자식이라면 지나가는 강아지 보다도 못한 취급을 할수는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면에서 홍당무는 그 누구가 아닌 자신의 친엄마에게 정말 그런 취급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늘 모든일에 깊은 생각과 상념을 지녀 행동하지만 칭찬을 기대했을때 그에게 돌아오는건 언제나 핀잔투성이었다.  자고로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는 더욱더 칭찬받을일만 찾아 하는것이고 핀잔과 야단을 받는 아이는 더 어긋날 뿐이라는 말을 여기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마치 어디선가 버림 받아진 아이의 글을 읽는 거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홍당무는 정말 악동이지만 좀 못나긴 했지만 그리고 조금 잔인스럽게 동물들을 죽이긴 하지만 그렇게 못된 아이는 아니다.  오히려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자신이 지금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깊은 인식과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아이다.  단지 자신이 조금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고 느낄때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한 아직은 다 자라진 못한 아이일 뿐이다.  그런 홍당무에게 엄마의 시선은 늘 "나쁜아이"라는 꼬리만 따라다닌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자신의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기보다 좀더 사랑으로 끌어안아 줄수는 없었을까?  다른 아들과, 딸에게 하는 반의 반만이라도 홍당무에게 베풀어 줄수는 없었던 것일까? 

혹시나 남편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홍당무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일하게 홍당무가 마음을 터놓고 깊이 얘기할수 있는 상대.. 그러나 잦은 출장으로 자주 볼수 없기에 집안의 일에 무심한 아빠와 대화가 되는 아이가 홍당무이기에 남편에 대한 반감으로 홍당무에게 더 가혹한 미움을 준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마치 일상처럼 습관처럼 굳어버려 후에는 언제나 그런취급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인식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한가지의 주제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이책은 결국 마지막까지도 홍당무의 얘기를 끝맺지 못했다.  마치 그 속의 얘기는 지금 우리 마음속에 아직도 홍당무가 자라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홍당무를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들기도 한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홍당무를 어엿하고 멋진 청년으로 지금 둔갑시키는 중이다.  곳곳에 나타난 홍당무의 모습은 미래 자신의 길을 꿋꿋이 열어가는 어엿한 청년의 멋진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홍당무 힘을 내렴.. 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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