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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천국을 바라보다 - 시즌 3 ㅣ 엘링(Elling) 3
잉바르 암비에른센 지음, 한희진 옮김 / 푸른숲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자, 엘링 떠나볼까?" 라는 말로 엘링을 얼르고 달래야 할거 같은 30대의 아이같은 순수한 남자.
그리고, 우직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녔지만 웬지 모를 믿을을 주는 키엘..
그들이 엘링 연작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엘링,천국을 바라보다"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엘링 연작시리즈를 알지 못했다. 생소하기만 한 노르웨이 소설... 그런데, 책 소개글을 보면서 웬지 좌충우돌 그들의 삶이 나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거 같았다.
연작시리즈라고 해서 꼭 순서대로 읽어야하거나, 전작의 내용을 이해못하는 일은 전혀없다. 책을 읽는 순간 그들이 어떻게 그곳에 자리를 잡았으며, 그들을 돌봐주는 공무원 프랑크는 어떤인물인지 금방 간파가 되고, 그들의 생활방식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므로 어떤책을 먼저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엘링의 삶의 괴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싶다면 "나는 내친구 엘링입니다."를 먼저 보는것도 좋을듯하다. 물론, 나역시 책을 덮는 순간 연작시리즈를 모두 만나보기로 이미 결심한 상태다.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엘링과 키엘은 자신들을 돌봐주는 사회복지사 프랑크로부터 모든것을 경험해보고 부딪혀보라는 충고에 고민한다. 엘링은 30여년을 엄마와 살며 바깥구경을 거의 해본적이 없고, 키엘은 다른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재활원에서 나와 자신들만의 공간 "집"으로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기때문이다. 아직도 바깥으로 산책나가는게 꺼려지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두렵고, 슈퍼에서 물건을 산후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에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그들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회에서 격리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확하게 병명을 붙이진 못하겠지만 "대인공포증?" 혹은 "공황장애?" 아무튼 그런 종류로 분류될수 있는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두려움을 떨쳐내기로 한다. 그리고, 남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보기도 하는등 둘이 함께이기에 이겨낼수 있는 일들을 시도한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우연히 한 여자가 뛰어들었다. 임신을 한채로..
그녀는 키엘과 사랑을 하게되고, 엘링은 알폰스라는 나이든 시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사회와 동화되어 가게된다. 물론 여전히 자신들의 조급증이나, 강박증들을 버리지 못해 조그마한 일에도 흥분하기도 하며 엉뚱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좌충우돌 그들의 사회속 스며들기는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깊이 진지하지 않게 펼쳐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는 내내 엘링이나 키엘이 정신질환자라고 의심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분명 그들이 정상적이라고 보일순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어느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낄수 있으며, 잘 알지 못하는 이들과의 교류에 불편을 느끼기도 하고, 급한 일이 닥쳤을때 보이는 행동들은 정신질환자로 몰아가기엔 너무 적나라한 지금 우리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엘링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나자신의 얘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엘링의 행동들에서 느껴지는 모든것들이 내가 처했을때 보이는 모습과 비교했을때 그다지 틀려보이지 않는건 바로 우리의 모습들이 지금 그렇게 변해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기에 그의 모습에 '이런 정신병자 같으니라고'라는 손가락질 보다 안타까운 웃음(?)과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엘링이 현실속에, 사회속에 흡수되어지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곧 내가 그자리로 들어서는 모습을 느끼며 대리의 기쁨을 맛봤다고 하면 이상하려나? 그렇듯 엘링을 다른 눈으로 보기엔 바로 이웃한 사람들의 모습이었고, 내 자신의 모습이었던만큼 친숙한 느낌으로 글을 대할수 있었던거 같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재미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글이 아니다. 그렇다고 좌충우돌 그들의 모습이 크게 진지하다고 느낄순 없다. 그러나, 엘링이 독백처럼 쓰는 감정의 깊이를 느끼다보면 어느새 나도 엘링과 같이 천국으로 가는 버스를 탄듯 사회속에 스며드는 모습을 볼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