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길을 걷다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7살 마리(데마리)와 12살 혼혈 마틸은 이웃하고 사는 사이다.  부모님과 오빠와 살고있는 마리의 7살시절을 첫시작으로 1967년은 시작되고 그 관점은 마틸이다.  모든게 신기하게만 보이고 아직 인간관계에 있어서 무엇이 정답이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그런 나이에 갑자기 데마리의 엄마가 돌아가시자 가족들은 말한다.

"네가 엄마,아빠라고 부르던 사람들은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네가 언니라고 부르던 사람이 네 엄마야."

이해하겠는가? 7살의 어린나이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딱트렸음을...게다가 엄마를 이제 막 잃고 슬픔에 몸부림치는 아이에게 그런 희한한 말이 전해졌을때의 충격을...

1977년 데마리는 자신에게 애정이라고는 없는 엄마와 이웃집 마틸이 미국으로 떠나기전 준 존이라는 개에게 온 마음을 바치며 고등학교 생활을 한다.  모든 생활의 무미건조함을 10대에 모두 깨우쳐버리고, 엄마라는 존재가 학생인 자신보다 못함을 절실히 깨달으며 무조건 결혼을 위해 데려오는 남자들에게 "우리집은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고 아빠는 도망갔다."라는 말한마디로 질겁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어느날 다시 엄마가 찾아낸 새로운 양아버지.. 그리고, 데마리는 안정을 찾는다.

1987년 결혼의 안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데마리 엄마의 시선.. 그녀의 눈에는 모든것이 재미없고 따분하다.  안정적인 삶에서 뭔가 빠진듯한 느낌.. 딸에 대한 모성본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새로 이룬 가정사에서 엄마인 자신에게보다 양부에게 더 의지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그런 생활을 견뎌내지 않기로 한다.

1997년 평온한 가정의 삶속에서 남편과 아이와 이복동생의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하다고 느끼는 그녀에게 다가온 어릴적 첫사랑 마틸.. 마틸의 만남에서 데마리는 충격보다는 예기치 못할 상황에 부딪힌다.

2007년 이복동생의 시선..2017년 다시 데마리의 단조로운 생활의 시선.. 그리고 2027년 데마리의 첫째딸 히메노의 시선...

 

10년을 주기로 이어져 있는 여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한여자의 인생과 더불어 그 여인과 속한 많은 이들의 시선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탁월함은 언제나 여기서 빛을 발한다.  죽어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호흡을 느끼게 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시선이 남자의 시선이든, 여자의 시선이든 언제나 탁월한 감수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편안한 생활과 안정된 삶속에서 다시금 자아를 찾아내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일상스러움의 단조로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금과는 또다른 자신의 쌍생아를 찾아내게 하는 색다른 시각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각은 결코 평범스럽지 않다.  뭔가 흐트러지게 만들고, 평범했던 그들이 무너져도 괜찮다고 그런삶도 살아보는것이 괜찮다고 느끼게끔 만든다.  그 속의 주인공들을 독려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삶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비수가 되게 만들지 않는다.  그저 그 흐트러짐의 삶도 하나의 인생으로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매번 가벼운 여자의 얘기로 시작하는가 싶다가도 어디선지 모르게 튀어나오는 그녀의 새로운 가지치기는 나를 놀래키기보다 읽는 내내 흡수되게 만든다.

 

한 여자의 인생의 조명끝에서 뭔가를 찾고자하기보다 그 여자의 인생을 따라가다보면 평범하지만, 또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독소를 뿜어낸다.

그리고, 그 독에 또한번 나는 중독되는 것이다.

데마리의 인생속에 스며든 또다른 나를 보면서 인생이란것이 허무하기도, 그렇치만 그렇게 또 재미없지도 않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째꺼나 여자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을수도 그렇치 않을수도 있지만, 야마모토 후미오가 그리는 인생은 평범하진 않지만, 평범하게 느껴진다.  물론, 데마리의 인생도 그렇게 느껴진다.  그저 아득하지만, 과거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한여자가 걸어온 작은 발자취만이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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