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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 이외수 오감소설 '야성'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티비오락프로에 우연히 비친 이외수님의 얼굴에서는 무엇보다 편안해보이는 선한 얼굴과 웃음과 세상을 의식하지 않은채 살아가는 그야말로 장외"인간이 보이는듯 했다.
예전 기억도 어렴풋한 "칼"이라는 글을 접하고 웬지 산뜻함과는 또다른 신선함을 느꼈었다.
비록 내가 원하는 글은 아니지만, 뭔가 이제껏 내가알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그의 사상이 좋았던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자주 접하지 못한건 좋아함에 비해 선뜻 손이 안갔다는 말도 안되는 앞뒤얘기를 채워야 하니 쓰는 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선뜻..말그대로 아무생각없이 선뜻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 한국문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몇년만에..그의 글에 관한 기억이 완전히 묻히기전에 다시 글 내음을 맡아보기로 했다.
제목에서 부터 야생의 짙음이 느껴져 오는 본능의 기분이랄까...
"개"를 상징하지만 마치 "늑대"를 상징하는 느낌이 들어서 읽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나를 붙잡는 힘겨운 두 주인공..
나로 지칭되는 여주인공은 이름이 한번도 불리어지지 않아 이름이 없다.. 그리고, 무슨말에도 "~는 무의미합니다." 라고 말하는 남자주인공도 이름이 없다.. 그야말로 무명씨처럼 세상의 단절을 얘기하듯 그들은 우연히 만났고
그후 우연을 가장해 또 만남이 이어지고, 결국 세상과는 담벼락을 쌓고 사는 "나"라는 여자가 기거하는 허물어져 가는 옛날 학원 건물에 1,2층으로 나뉘어 별스런 동거아닌 동거가 시작된다.
물들은 세상이 싫어 이혼을 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남자주인공...
극한으로까지 자신을 내몰며 "들개" 아흔아홉마리의 그림의 완성을 갈구하는 남자.. 그리고, 어느누구와도 사랑을 할수없고 어느누구와도 가까워 질수 없는 그녀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들개그림과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
단절돼 버린 세상을 무엇보다 희망한 그들이지만, 세상과의 단절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먹고 사는것이 힘들어 결국 먹을것을 찾아야 하는 처절함.. 그리고, 그 끝에서 오는 인간이하인 그들의 모습..
그들의 미치도록 절절한 고독이 마치 들개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날카로운 눈매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철저하게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의 영역안에 머문 두 주인공은 먹고 살고자 하는 들개와 동등하기보다 더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인간이 개 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개는 본능적이지만, 먹을거리라도 찾아 나서지만 인간은 뭔가를 깨닫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비록 남자주인공이 그림에 대한 열망과 함께 완성으로 치닫지만, 웬지 그 마져도 허무하다고 생각되어지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건 내가 인간으로서 두 주인공에서 질려버렸기 때문인것인지..
읽는내내 힘듦이 있는 책이었다. 세상의 단절속에서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너무 싫었다.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배척하는 느낌이 아니라, 책속 주인공의 모습에 동화되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었던것 같다.
들개의 야성을 찾는 의미의 글보다 세상과 단절해 누구와도 소통을 잃은 두 주인공이 나를 힘들게 한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글읽음이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