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제목에서 오는 처절함...
신이 그들을 버렸단다.. 내 비록 종교가 없어 어떤 신을 믿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신에게 빌어야 할지 그런건 모르지만,
그래도 늘 그게 하나님이건, 부처님이건, 알라신이건 어찌되었던지간에 전지전능한 힘과 능력 무엇이든 이루어 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원천이라는 생각은 은연중에 뇌리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런 신이 버린 사람들이라니..
그래서, 이책에 더 끌리고 제목에서부터 맘이 아려왔는지 모르겠다..
1900년대 초..1억 7천만이 넘는 인도인들이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카스트라는 계급제도로 여전히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인도..
그중에서 막 카스트제도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시기의 한 부부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달리트라 하여 자신이 뱉은 침이 땅을 더럽힐까봐 침뱉는 통을 목에 메고 다니고, 그들이 디딘땅은 더러워진다 하여 빗자루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그 길을 쓸어내야 했던 그들.. 그리고, 같은 힌두교 신자이지만 사원을 더럽힌다 하여 아예 사원내에 발을
디딜 수 조차 없었으며 우물물도 그들이 손대면 더럽혀진다 하여 퍼가지 못하게 했다..
정말 이런 일들이 있었단 말인가?? 우리나라 역시도 노비가 있었고, 노비보다 못한 백정이 있었으며, 그들만이 살고 있는
반촌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물물이 더럽혀진다고 물에 손대지도 못하거나, 그들이 내딛는 땅이 더럽혀진다고
얼른 빗자루로 쓸어야 한다거나, 침을 뱉는 통을 따로 달고 다니는 그런 끔찍하도록 비인간적인 대우는 하지 않았다..
물론, 반상의 격차는 우리나라 역시도 대단했지만 이런 경우까지는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그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전생의 잘못으로 지금 벌을 받고 있는거라는 믿음으로 주어진 삶을 체념한듯
받아들였다. 그게 업이었고, 전통이라는 어이없는 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쩌면 교육을 전혀 받을 수도 없었고,
먹고 살기에 급급한 그들이 그렇듯 체념한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그날 하루 한끼라도 해결 할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했던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주인공 다무와 소누를 보자..
달리트 하층 계급인 다무는 어느날 암베드카르라는 지도자의 말을 듣고 세상에 눈뜨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인간의 권리를 가질 수 있고, 그 누구도 자신들의 삶을 지배 할수 없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 가야한다고 깨달았다.
그리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비록, 먹고 사는것에 급급했지만, 개혁을 위해 싸우고, 하층민이 세상에 눈뜰수 있도록 계몽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무엇보다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그는 자기 자식들에게 최대한의 공부를 시키기 위해 기꺼이
희생했으며, 자식들이 자기만의 주관을 가지고 삶을 개척하도록 어렸을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도둑이 되더라도 최고가 되어, 그 도둑 정말 대단한 놈이네. 라는 말을 듣게 하라"는 그의 철학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뇌리 깊숙이 남는다.
실제 있었던 두 주인공 다무와 소누의 막내 아들이 유명인사가 되어 쓴 소설이 아닌 산증인의 자서전에 가까운 한 가족의 일대기인
이책은 읽는 내내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대접을 받길 원한 당연한 그들의 권리를 찾아 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엮여졌다.
다무의 시선과 소누의 시선, 그리고 마지막 아들의 시선으로 엮인 글까지..
지금은 비록 카스트제도가 희박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인도는 이름으로 가문으로 상층과 하층의 계급에 관한 무시가 은연중
나타난다고 한다. 깊이 뿌리박힌 고정관념이고 깊은 종교적 신념으로 받아들였던터라 여전히 쉽게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도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다무가 그렇게 치열하게 외쳤던 교육의 힘에서 나오고, 그 권리를 찾기위해
투쟁한 그들 스스로로 부터 나온다. 신은 비록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말이고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