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대단한 추리소설을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아니 추리소설이라고 이름소개 되어진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미스터리 작가 탄생"이라는 수식이 쓰여진 띠지는 나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제목자체에서 오는 암시... 그래서, 아주 큰 뭔가를 기대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난 미스터리 보다 인간의 삶은 어찌 이리도 모두들 고달픈가..
우리들의 삶은 왜 이다지도 쉽다고 여겨지는 게 없는가...
그리고, 누구에게나 인생의 어두운 단면을 안고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느껴야 했다.
사실상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이 소설은 미스터리보다는 우리내 인간사의 아픔과
현대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오히려 더 초첨을 맞춘듯하다.
도쿄제일은행의 나가하라 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글은 저자가 은행에 근무한 이력인지 은행원들의
삶이 하나 하나 녹아나 있는 듯 했다.
학력 컴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부지점장을 시작으로, 점점 인생이 꼬여가는 평사원의 삶..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실적위주로 돌아가는 치열한 경쟁속의 삶. 조금마한 틈새라도 발견되면 승진에서
멀어져 가는 그들 하나하나의 삶을 들여다 보노라면, 비단 은행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기 보다 지금 우리들이
처한 현실속에서의 삶이 은행이라는 그것도 작은 지점속에 축소되어 보여지는 듯한 내용이었다.
무조건적인 실적실적, 인간적인 면보다는 실력이 위주, 한번 낙인찍힌 인생은 어쩐지 풀어지지 않고 점점 꼬여만
가는 답답한 모습들. 그들이 원한 삶은 그런게 아니었고, 자신들이 가고자한 길 역시 그런길이 아니었음에도
사회라는 틀속에 그 보다 작은 은행이라는 틀속에서 그들은 점점 경쟁과 실적과 승진이라는 권력욕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우선 남들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증에
휩싸여 모두들 같은 길을 내다보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속에서 어느날 사라지는 은행원 니시키씨.. 그가 사라진 배경엔 우선 100만엔이 사라진 사건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그 돈의 출처를 니시키씨가 열심히 쫓아 다니다 어느날 범인의 꼬리를 잡고부터 였다.
그리고,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것이다. 범인은 물론 책의 마지막에 서서히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범인의 밝혀짐과 동시에 또다시 드는 의문... 니시키씨는 정녕 어디로 사라진걸까? 아니면...???
평범한 우리내 삶을 비추면서, 경쟁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을 보듯 비춰주면서 또한 추리를 가미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사회구조속에서의 비틀어치기가 대단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책이 미스터리 스릴러 물이라고
기대했다가는 약간의 낭패를 볼거라는 거 외엔 사회속에 녹아든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볼수 있어서
괜찮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웬지 우리도 도쿄제일은행 직원들 중 한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우리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