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거 이거 이사람 내가 얼마전에 만난 추리소설가 맞어?'

라는 생각을 책을 다 읽고 난후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 책 표지엔 블랙유머 소설이라는 웃기는 글이 있었고, 표지에서는 오묘한 모양의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있었지만, 그래도 난 어쩐지 그속에서도 추리가 있을거라는 착각을 했었던듯 하다.

 

13가지의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

그속에 녹아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유머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기보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글들이다.

특히 "임포그라"라는 웃기지도 않는 단편... 비아그라가 판을 치는 세상에 먹기만 하면 성적본능이 누그러져 버리는

이상한 약... 그약이 어디에 쓰일까 생각했었지만, 엉뚱하게도 아내들이 남편의 외도를 막기위한 방법으로 그 약을

구입한다.  그러나, 심리적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근본적인 그 병은 약을 먹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지라 처음 판매는 불티나지만 후에는 팔리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주인공의 역시도 그약을 먹였다는 아내의 한마디에 외도를 포기하는 모습과 '정말 먹인것일까? 아니면 아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정말 불능이 돼 버린것일까?'로 고뇌하는 모습에서 정말 헛웃음을 지어야했다.

그야말로 인간의 심리에 기댄 단편이다.  물론 이것뿐만 아니고, "최종심사", "사랑가득 스프레이", "시력100.0"등등

많은 단편들이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 관여된 내용이었다.

어느날 온 세상이 먼지로 가득하게 보이는 주인공.. 알고보니 시력이 너무 좋아져서 세상의 모든 먼지들까지 보게된

그는 남들이 재채기로 내뱉는 침한방울, 먼지 하나까지 눈에 흔히 들여다 보이는 이상한 초능력아닌 초능력을 지니게

된다.  집안의 내력처럼 한명씩 나타난다는 증상...

더러운 먼지들이 입속으로 들어가고, 상대의 침들이 자신의 커피잔속에 들어가지만 의식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 깨끗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며, 모든 매연들과 먼지들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안타깝긴 했지만, 어쩐지 그 병(?)에 걸린 주인공보다 그저 멋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는게 병, 모르는게 약일때도 있는것이 아닌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도 그게 자신에게 도움보다는 병이

되는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이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말이다.

 

모든 단편들이 독특한 내용들이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글들을 작은 단편들속에서 맛깔나게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블랙유머라는 소설에 그닥 익숙하진 않지만, 추리소설가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하게 된것 같다.

한 작가를 하나의 장르로 결정지어 버리는 오류를 범할 뻔 했는데 이책속에서 또다른 작가를 만난거 같아 새로운

기분이다.  게다가 독특한 그의 사상이라니...

흑소에 이은 독소, 괴소의 소설들도 기대가 된다.  역시 읽어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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