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잊는다고 해서 잊어지는 곳이 그곳이던가..

잊어야지 마음 먹는다고 단숨에 생각이 지워지는 곳이 그곳이던가...

구구절절 사연을 접어버리고 마음을 접어버려도 꿈에서라도 나타나는 곳이 언제나 마음 애리게 하는 그곳 "고향"

그리고, 넓게는 "고국" 내나라 내땅 아니겠는가...

 

이청준님의 소설은 솔직히 말하면 영화 "서편제", "축제", "천년학" 등 영화로 대한게 전부다..

그럼에도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뭔가 끌리는 듯한 강함이 있는건 서편제나 축제의 영화속에서 우리의 삶의 애환과 울고웃음을

깊이있게 그려낸듯한 감회에 젖어 가장 한서린 정서를 잘 끌어낼듯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새로 나온  이 책에서도 고국에 버림받고 어쩔수 없이 나라를 잊어야 하는 사람들, 그러나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그들의 사연이 절절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여러단편들이 흐르고 있지만, 주요 내용은 고국과 고향이었다.

"지하실"이라는 단편속에선 고향의 추억을 잊어가는 주인공이 과거 6.25의 풍경속에서 마을 사람끼리도 죽고 죽일수 밖에 없는

현실을 끄집어 내려 하자 그저 덮어두고 살아가려는 마을 사람들의 말없는 깊이.. 고향의 깊이, 굳이 정이라고 말하기에도 모호한

우리내 어른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멕시코로 끌려가 이민세대로서 살아가야 했던 자신의 할아버지의 얘기에

귀기울여 달라는 이민3세가 있었다.  한국인과 마야인 할머니 사이에서 이민3세로서 살아오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으나, 제주도나 우리나라 바닷가 근처에서 잘 자란다는 문주란 꽃을 보며  고향에 대한 애환을 달랬을 할아버지의 고통을

생각하며, 자신의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다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하던 애타는 손자의 외침....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을 이루고 있는 일제시대 고향을 등지고, 러시아로 떠난 형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50여년만에 다시 만났

으나, 고국을 잊어 가려는 형을 전혀 이해할수 없었던 동생...

그러나, 형은 얘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결국 고국에서 생을 마감할수 없음에 그곳을 기억하지 않고자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

하는 것이며 어린시절 잊었던 고국에 대한 향수를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인지...

그런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고국을 잊기로 했다는 형님의 그 시린 마음을...

 

누가 나라를..고향을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니, 잊는다고 정말 잊힐수야 있겠는가..

하지만, 그 잊고자 하는 비통한 마음에서부터 아픔이 절절이 매어지게 느껴져 온다.  같은 민족이며, 같은 고국의 자식이면서 그들의

아픔에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청준님의 글은 그 깊이에서 부터 벌써 다름이 느껴진다.

한국인만이 느낄수있는 애환이 느껴져 와 마음이 애려온다.  그래서, 그분의 글이 이렇듯 사랑받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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