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만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쟁이고 읽는 편이긴 하지만, 늘 읽을때마다 '참 어려운 작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내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준 분이라 결코 멋으로 그 분의 글을 읽는 건 아니다. 뭔가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읽는게 맞다고 해야할거 같다. 젊은날의 방황, 스스로의 이야기를 과감없이 소설로 녹여놓았기에 읽는 이의 마음도 움직이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본인만의 사색이 깊어 독자로서 자주 허덕이게 되는것도 사실이긴 하다만, 그래도 역시 헤세아저씨 작품은 어떻게든 전작 가보는 걸로.....



<동방순례>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책으로는 처음 만났다. 이화북스에서 표지를 너무 산뜻하게 뽑아주셔서 표지보면서는 나름 또 신선한 느낌을 받긴했는데 이야기는 역시 헤세 아저씨 답게 힘겹다.

줄거리를 요약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꽤 난해해서 그냥 단순하게 내 느낌만 써 내려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글을 만난건 아니지만 그래도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크눌프,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유희, 자정너머한시간 손으로 꼽아보니 7권정도를 읽은 거 같은데 이 책이 뭔가 제일 헤세아저씨 본인의 이야기에 가까운 느낌이다. 마치 주인공인 H.H가 본인인양 이야기가 서술되는 느낌.

스스로의 자책에 자살과 우울의 충동을 느끼고 있었던 것과 융의 학파에서 나온 랑구스라는 사람에게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이야기까지 소설이지만 이건 자전적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본인이 쓰고자 했던 동방순례의 글이 글로서 남아봤자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며, 오히려 동방순례에 대한 결맹의 비밀을 깨트렸다는 자책에 그 모임에서 떨어져 나오지만 레오의 도움으로 다시 결맹에 참여하게 되고 거기서 심판을 받는 H.H

레오라는 사람의 특이한 주체적 모습은 그가 바라고 있는 인간상을 지어낸 것일까? 아니면 그도 그런 레오라는 구세주를 만나고픈 간절함일까.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모습에서 헤세아저씨 본인의 모습이 너무 많이 비치는 느낌이라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물론, 내가 그분의 삶을 어찌 다 알까보냐만, 그의 소설을 접하다보니 고뇌하는 젊음과 방황이 늘 한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는 어찌보면 중년이 되었다고 봐야할 주인공이 그 같은 고뇌를 여전히 하고 있다. 좀 더 성숙한 고뇌일 수도 있으나 본질은 결국 같은 결이 아니었을까?



헤세아저씨의 대부분 책이 어렵긴 했지만 이 책이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에 비해 최고난위도가 아니었나 싶다. 다른 책들은 읽으며 주인공에 대해 가공된 인물이기에 와닿는 부분과 고뇌, 지침, 힘듦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 책은 오롯이 그의 삶, 마치 자전적 이야기를 읽은듯해서 그 자신만의 세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헤세 아저씨 본인만이 알고 있는 것을 암호화 한 듯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같은 느낌이 독자들에게는 꽤나 불친절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불친절함이 싫거나 밉지 않다. 그냥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써 낼 수록 힘들고, 글을 다 쓰고도 힘들어 하는 그의 인생 자체가 보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읽고나면 그저 마음이 좀 아파온다. 역시 감정을 건드리는 헤세 아저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