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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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르신들을 보면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잘 버리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어머님을 보면 배달 시켜먹고 남은 그릇들을 늘 씻어서 보관해 놓으셔서 싱크대 안쪽이 어마무시하고 유통기한 지난 녀석들도 어딘가에 짱박혀 있고...... 그런 거에 비해 나는 어느순간부터 좀 버리는 사람이 됐다. 예전 어릴때 일기장도 싹 버리고 배달통 들은 기본적으로 무조건 버리고 안 입는 옷들도 한 순간 정리 할 일이 있으면 싹 버리고.....

문제는 책도 버리고 선물하고 하는데 양이 너무 많다보니 그건 정리가 안되고 있다는 사실. (그럼 나도 못 버리는 사람인가? ㅡㅡ;;;)



무레요코는 <카모메 식당>으로 만났고 그 후에도 몇권을 읽은 듯 한데 막 나랑 통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이 나오면 사서 읽게 된다. 이 책도 엄청 공감가고 어쩌고 하는건 아니지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단편으로 들어있는데 책장이 너무 쉭쉭 잘 넘어가서 놀랬네. 하루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양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엄마가 지진을 대비해 이것저것 물건을 사서 쟁여서 방 한 가득 차지하고 있는걸 버려달라는 말에 딸은 집을 찾아가서 기함을 토한다. 유통기한 지난것도 지난거지만 산걸 또 사서 쟁였고 심지어는 잘못 눌렀다는 말을 못해 라면을 33박스나 사서 쟁이고 있으니 놀랄수 밖에......

게다가 결혼을 앞둔 사에코는 책이 너무 많아서 그 추억들을 간직하고 가져가고 싶지만 집이 너무 좁고, 예비신랑은 건담, 피규어 애정에 서로간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결혼마져 미루는 사정이고 보니 참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가지가지고 물건마다 추억이 있어 그런건 알지만 굳이 이렇게 이고 쟁이고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현실의 지금의 내가 그런부분이 꼭 없는것도 아니라서 이해는 하지만........

나도 따지고보면 서두에 버린다고 했지만 안 입는 옷들중에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는것도 있고, (이 책 에피에도 옷을 못 버리는 언니가 나오긴 한다.) 신발들도 신지도 않을거면서 구두들을 사서 모으고 (발이아프다..이제는 ㅠㅠ)

책들은 읽으려고 사서 쟁인거라는 항변으로..... 책방은 포화상태다. 그러니 나도 사실 이 책 사람중 한명인거 같긴 하다.



고나마 몇년 전 부터 가진다는 것, 보관한다는 것, 간직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줄이고 이제는 버리는 것에 나름 또 몰두하다보니 어느듯 올해는 책을 600여권 버린거 같긴하다. 표가 안나 문제지만....

아무튼 굳이 추억이 쌓였다고 해도 이고지고 갈 거 아니라면 좀 버리고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생각보다 어린시절 일기 버린것이 아쉽지도 않은거 보면 굳이 굳이 쌓아 둘 필요가 있을까. 하긴 이러면서 또 아이들의 유치원 작품, 이쁜 쓰레기(?)들은 나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거 같다만....

아무튼 이 책을 읽어보면 나 자신도 한번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너무 많이 가짐으로써 그게 행복한 건지, 정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건지... 저마다의 사연은 있겠지만 읽고 나니 나도 좀 더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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