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표지만으로 봤을때는 무슨 코믹물이나, 요즘 흔해빠진(?) 힐링소설인가 했다. 이런 제목 붙여 나오면 대체로 그런 이야기란 말이지. 그래서 피철철이 목마른 요즘 그쪽을 먼저 파 볼까하다가 어째저째 집어 들었는데..... 어라? 아니네. 강정민 너란 여자.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인생이 꼬이고 힘들게 살고 있는 거냐.
학교 다닐적에 그래도 괜찮은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추천으로 입사한 벤처기업에서는 게임캐릭터를 좀 더 빵빵하게 그려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심지어는 그런 자료까지 건네는 지경에 어찌어찌 직장생활은 했지만 더는 참지못하고 사표 던지고, 재테크의 여왕이라는 엄마에게 모아둔 적금을 달라고하니 오빠 결혼식에 다 쏟아붓고 회사 그만뒀다고 난리치는 엄마. 세상만사 도움되는 거 하나 없는 가족과 연 끊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어찌어찌 녹즙배달일을 시작하고 학습지 그림 그리는 알바로 겨우겨우 버텨간다.
젊은 여자가 녹즙 배달을 하니 주위에서 늘 한결같이 하는 말이 "젊은 사람이 언제 제대로 된 직장 얻을꺼야?" 라는 질문이다. 그러니까 녹즙 배달은 제대로 된 직장이 아니란 말인가. 내 주위에 아침에 음료 배달해주시는 아주머니들 많은데? 그 말인즉슨 여사님(?) 들만 이런 배달 해야한다는 건가? 젊은 사람은 이런일 하면 안되는 건가? 책 읽으면서 이런 의문 막 들었네. 물론 일반적인 시선(?)으로 생각하면 젊은 사람이 왜 이리 힘든 녹즙 배달이나(!) 하고 있느냐는 게다. 하지만 그 배달에도 노하우가 있고, 제대로 배달 할 사람을 찾아서 신속하게 전달해야 하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도 주위는 그녀를 한없이 힘들게만 하는 일들이 천지다.
이력서 넣은 곳에서 "안타깝지만~" 이라는 문자를 받아 한잔, 녹즙 받아 먹는 싼차장이 돈을 안 줘서 한잔, 마시는 건 다르나 동종이랄 수 있는 경쟁사 여사님들때문에 한잔, 이제 그림이 예전같지 않고 학습지 만화의 동글동글 아이들처럼 그려져서 한잔, 그림은 괜찮으나 스토리가 딸려 스토리작가를 구했더니 돈 먹고 날라서 한잔. 그렇게 그녀는 알콜중독이 되어가서 스스로 알콜중독병원을 내원해 치료를 받는다. 이 와중에 또 여자들의 우정은 왜이리 눈물나냐. 민주라는 최고의 술꾼 친구를 만나 또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