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는 있었지만 역시 또 그 해석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읽을때는 솔직히 좀 생각없이 읽었다고 해야하나. 첫 작품에 대한 기억이 깊었던터라 이 작품에 대해서도 꽤 기대를 했던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책은 일단 활자만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내용이 막 먹먹하고 어쩌고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와닿는 그런게 아니니까.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성을 다루고 있는 세편의 단편인데 솔직히 읽을때는 이게 뭔가 싶은 느낌도 없쟎아 있었다. 다 읽고 오히려 역자님의 글을 읽으며 아하~ 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해야하나.
남자가 여자들을 대하는 방식, 혹은 여자의 일탈에서 오는 위험성이라고 해야하나... 뭐라 해석하긴 힘들지만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본의든, 타의든 생각지 않게 무시하는 듯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고자 한 건 아니지만, 카헐은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놓은 상황에서 그녀의 짐이 들어오고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것을 참지 못한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조금씩 잠식되어 오는 그녀의 존재를 좋아는 하되 직접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들의 결혼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그게 누구의 잘잘못은 아니지만 카헐 스스로가 존재감 없는 그녀를 원한건 아닐까. 그냥 몸만 쏙 들어오는 그런걸 상상했다면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세상 전체가 변해버린 또다른 인생의 시작이 결혼인데 그 조차도 참아내지 못한다는 건 도대체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두번째 단편은 유명한 작가의 집을 두달간 젊은 예술가들에게 빌려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는 상황에서 남자는 그런상황에서 글은 쓰지 않고 빵을 만들거나, 수영을 하거나, 바람을 쐬고 제대로 된 작업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힐난을 퍼붓는다. 아..나 참.. 이건 웃기지 않는가. 작가라고 해서 무조건 글만 써야하는 것은 아님을 모르지 않을텐데 그 좋은 기회를 하염없이 보낸다고만 생각하지? 그녀도 작업 할 것은 다 하는데....... 이 단편은 이러구저러구 할말이 많치만 단편 하나하나 다 줄거리쓰고 이야기하려니 오히려 책 두께보다 내 리뷰가 더 길어질 모양새다.
세번째 단편의 줄거리도 끄적여 놓을요량인데 그건 내 기억력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의 선물을 사러 시내로 간다는 핑계로 모르는 남자와 일탈을 꿈꾸는 주부에 대한 이야긴데 마지막이 진짜 대박이다.
아주 섬뜩한 스릴러 한편을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러구저러구 막 조잘되고 싶은데 역시나 단편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서 느껴진다. 한편 한편 일일이 얘기하기가 싫은거다. 글도 막 적고싶지만 얇은 단편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얘기하기가 싫은거다. 그래도 클레어키건 책이니 언급은 하고 싶어 간단한 줄거리 정도는 남긴다고 해야할까.